‘성추행’ 오거돈 제명 조치 후폭풍…당 안팎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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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4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틀 연속 사과했다. 다만 명확한 진상 규명 없이 오 전 시장을 제명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여당의 사건 은폐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윤리위원회(윤리심판원)를 열어서 납득할만한 단호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선출직 공직자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젠더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근본적인 후속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섣부른 제명 방침보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했다는 내부 비판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범죄 사건 때도 ‘제명했으니 이젠 민주당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다’는 식으로 넘어갔는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여성 의원도 “꼬리를 자르고 잘라도 제2의 오거돈, 안희정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통합당은 이날 민주당이 총선 전 발생한 이 사건을 은폐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최고위원회의에서 “350만 부산시민을 상대하는 단체장이 총선을 염두에 두고 사퇴 시점까지 조율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성추행 사건이) 총선 기간 중에 벌어지고 총선 이후 사퇴했다는 점에서 공권력을 동원한 은폐가 일어난 중차대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와 별도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를 일축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라디오에서 “총선 전에 알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고, 송갑석 대변인도 “개인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거기에 상응하는 당 차원의 징계나 법률적, 정치적 책임은 이미 졌다. 국정조사까지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이번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후보를 내지 않을 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당헌 96조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윤 사무총장은 최고위 직후 “재보궐 선거를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고만 했다.

박성진기자 psjin@donga.com
유성열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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