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최초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역대 최장 협정 공백 기록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협상은 타결되면 양측 협상대표 간 가서명과 한 달쯤 뒤 정식 서명,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 의결,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게 되는데 최장 협정 공백을 기록했던 6차 협정(2005~2006년) 협상 당시 최종 합의는 2005년 4월 26일 이뤄졌다.
11차 방위비 협상이 당장 타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상 협정 공백 기간은 종전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SMA는 2005년 6월 29일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게 되면서 6개월간의 협정 공백 상황이 지속됐다.
현재 방위비 협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협상이 쉽지 않은 가운데 향후 협상 방식 등을 놓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다. 워싱턴에선 오는 11월 미 대선 전에 합의는 힘들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실무 협상팀은 지난달 말 한국의 13% 인상안에 공감대를 이뤘고, 양국 외교장관의 승인까지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에 방위비를 많이 분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이 어느 정도의 돈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실무선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윤상현 국회 외통위원장은 지난 22일 외통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협상팀 보고를 받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설사 반대한다고 해도 한국(협상팀)이 당장 나서서 협상할 내용이 없다고 한다”며 “(방위비 협상은) 결국 대통령 선으로 넘어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11차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조짐은 이전부터 보였다. 지난 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약 4000명이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그간 방위비협상은 대부분 기한을 넘겼지만 무급휴직 사태가 현실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위비협상 타결 지연 원인은 동맹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코로나19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협정 공백이 지속될수록 연합방위태세는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합리적 수준에서 방위비 협상을 마무리해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위비협상 타결 노력과 향후 협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해 적용됐던 10차 협정 체결 시 외교부는 차기 협정이 적기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발생 가능한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협정 연장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이번 협상에서 이 규정은 무용지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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