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무인체계-AI기술 등 포함
작년 퇴직 60여명 외부반출 혐의… 대부분 방산기업-대학연구소 취업
국산 무기의 연구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전직 연구원들이 다량의 기밀 자료를 유출한 혐의가 포착돼 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6일 군 당국에 따르면 ADD는 지난해 말 자체 조사에서 퇴직 연구원들이 무기 개발과 관련된 기밀 연구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들은 적법한 절차나 보안 심사를 거치지 않고 주요 무기의 핵심 기술과 성능 시험평가, 제원 등이 포함된 기밀 자료를 무단 반출한 것으로 ADD는 보고 있다.
군 보안기관과 경찰은 지난해 퇴직한 고위급 연구원 60여 명에 대해 기밀유출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이들 중 유독 많은 기밀을 무단 반출한 20여 명에 대해선 집중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 중 한 명은 68만 건의 기밀자료를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군과 수사당국은 퇴직 연구원들이 드론 무인체계와 미래전, 인공지능(AI)과 관련된 핵심 설계 기밀 등 수십만 건의 연구 자료를 대용량 휴대용 저장장치 등에 담아서 외부로 무단 반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ADD를 나와 국내 대학의 연구소나 주요 방산기업 등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ADD 측은 유출된 기밀의 구체적인 내용과 건수 등은 수사가 더 진행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ADD 전 연구원들의 방만한 기밀 유출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3, 4년 전에 퇴직한 연구원들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유출된 기밀이 해외로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산 무기의 핵심 기술이 담긴 기밀이 적성국가나 경쟁국에 넘어갈 경우 국내 방산은 물론이고 안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밀 유출 혐의를 받는 일부 연구원은 퇴직 이후 연구 활동을 위해 관련 자료를 출력, 저장했을 뿐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DD 관계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선 이번 사태가 최근 잇단 군내 일탈 사건과 함께 군 기강의 심각한 해이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도 나온다. ADD 내부의 보안의식 부재와 허술한 기밀 보호 시스템이 빚은 ‘중대 안보 실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ADD의 기밀 유출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는 ADD의 컴퓨터 3000여 대가 해킹을 당해 중고도 무인정찰기와 휴대용 대공미사일 등 수백 건의 무기개발 관련 기밀이 유출된 바 있다. 2006년에는 ADD 현직 연구원이 전 ADD 부소장이 운영하는 군수산업 컨설팅업체를 통해 해외 방산업체에 레이더 성능 관련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ADD 내 기밀 유출을 원천 차단하고, 이를 감시하는 이중 삼중의 보호 장치를 강구하는 동시에 기밀 유출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상향하는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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