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샤넬 매장이? 돈주들의 ‘귀족 백화점’ [송홍근 기자의 언박싱평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7일 12시 00분


‘플렉스(FLEX)’라는 낱말 들어보셨죠? 1020세대가 쓰는 은어로 ‘돈을 쓰며 과시하다’ ‘지르다’라는 뜻입니다. 북한에서 플렉스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평양에서도 ‘사치품’을 파는 곳이 있을까요.

‘언박싱평양’ 16화는 평양에서 가장 ‘럭셔리한’ 공간을 다룹니다. 2월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위대한 수령 동지께서” 직접 “현지 지도하신” 평양제1백화점이 나오는데요. 평양제1백화점이 북한식 표현으로 눅은(싼) 가격에 물건을 판다면 이곳은 사치품까지 진열한 곳입니다.

드라마에서 평양제1백화점 사장 고명은(58·장혜진 분)은 ‘돈주’로 불립니다. 돈주는 북한에서 자본가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북한 경제의 시장화가 20년 넘게 진행되면서 부를 축적한 개인이 늘어났습니다. 다만 평양제1백화점은 드라마와 달리 국가 소유입니다.

언박싱평양이 소개할 평양의 럭셔리한 공간 ‘대성백화점’도 국영입니다. 1986년 처음 문을 열었는데 재건축을 거쳐 지난해 4월 15일(김일성 생일) 재개장했습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 에비뉴엘’의 북한판이라고 할까요.

오메가·롤렉스시계는 물론이고 필립스 TV, 마이바움 정수기, 타이거 전기밥솥, 지멘스 드럼세탁기가 진열돼 있습니다. 중국 자본이 건설한 광복지구상업중심이나 평양제1백화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샤넬, 페라가모 같은 해외 브랜드 제품도 판매합니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인데요. 1층에는 한국 백화점 식품매장과 비슷한 슈퍼마켓이 있습니다. 지하에는 수영장과 목욕탕이 들어섰고, 2층과 3층에서 1만1700가지 상품을 판매합니다. 4층과 5층에는 식당과 오락시설이 있습니다.

1층에 슈퍼마켓이 들어선 것은 김정은의 지시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4월 대성백화점을 시찰하면서 “생활필수품들과 대중소비품들을 충분히 마련해놓고 팔아주어 인민들의 생활상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성백화점에서 평범한 평양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1층이 전부입니다. ‘해외 명품’들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고요. 1층에서는 북한 돈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나 2층, 3층에서는 미국 달러로 결제해야 합니다.

이렇다 보니 평양시민들은 ‘귀족 백화점’이라고 비난합니다. 노동당 간부와 돈주만을 위한 곳이라는 비판인데요. 판매 가격을 보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서양식 레스토랑과 당구장이 있는 4층, 5층에서 고위간부 가족이 하루 1000달러를 쓰기도 한답니다. 말 그대로 플렉스하는 거죠.

언박싱평양 16화 대성백화점 편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유튜브에서 언박싱평양을 검색하면 1화~15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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