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1일 개헌 추진론을 황급히 차단했다. 자칫 개헌 블랙홀로 정국이 빨려들어갈 것을 우려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정치의 변화와 과제 정책세미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누구도 개헌 추진과 관련해 우리 당 내부, 특히 지도부 내에서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발안제 원포인트 개헌안’을 꼭 가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기보다는 헌법상의 의무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언급했다. 국민개헌발안제에 대한 이야기일 뿐,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것.
그는 “개헌을 하자 말자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제출된 (국민발안)개헌안에 대해 국회가 어떠한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생각한 것이고, 민주당도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자꾸 실제 개헌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은 지금은 안맞는 이야기”라고 못박았다.
지난 3월 6일 발의돼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국민발안제도 도입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안’의 헌법상 의결시한(다음 달 9일)을 앞두고 본회의를 열자는 것이 민주당의 제안이다. 또한 민주당은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인만큼, 20대국회서 처리하지 못한 계류 법안들도 처리하자고 야당에 요청해둔 상태다.
이 원내대표는 “총선 전에도 그렇고 후에도 그렇고, 지금 시점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검토를 안했다”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1대 국회에서는 개헌이 민주당의 중점 과업 중 하나라는 점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이견이 없다는 분석에는 “자꾸 가정해서 이 논란을 키워갈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개헌은 블랙홀’이라는 당 지도부의 우려가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해찬 대표가 지난 20일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 국난 극복”이라며 ‘개헌 함구령’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같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나 정부는 전혀 (개헌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당청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은 개헌 주장이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비례정당 의석을 포함해 180석을 확보하자 21대 국회 출범 이후 개헌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데다, 민주당 당권 주자로 꼽히는 송영길 의원이 최근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중임제 등을 언급하면서 여권발 개헌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용선 국회의원 당선인이 “토지공개념을 빠르게 정착시켜야 한다”며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민발안제도 원포인트 개헌안’의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오는 8일 본회의 개최를 촉구하고,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8일 본회의를 야당에 제안하면서 야당이 개헌론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래통합당은 “총선에 승리했으니 본격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만들어보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원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 사회주의 국가 만들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선거가 끝나자마자 설익은 개헌 논의를 꺼내며 20대 국회의 마지막까지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여준다”고 반발했다.
주호영 통합당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서 개헌하려고 군불 피우는 것 아닌가 싶다”며 “국가가 위기인데 개헌할 시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 역시 통화에서 “우리는 개헌 저지선을 가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헌은 20대 국회에선 물론이고 21대 국회에서도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민생당도 정우식 대변인 논평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의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여론전을 우선 펼치는 모양새는 마치 미리 짜놓은 각본에 의거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밀어붙이기식 개헌은 반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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