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이후 20일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대북 특이 동향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잠적이 길어지자 미국 워싱턴 조야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처리 방향과 같은 급변 사태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한반도 주변 불안정성이 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어떠한 만일의 사태(eventuality)든 확실히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북한의 지도자가 2주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이는 들어보지 못한 일은 아니지만 통상적이지 않다(unusual)”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사실일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주요 매체들은 1일에도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보도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가 마지막이었다. 김 위원장이 2011년 12월 집권한 이후 20일 이상 공개 행보를 갖지 않은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 하지만 건강 이상설과 맞물려 장기 잠적한 것은 다리 수술을 받은 2014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신문은 1일 사설에서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와도 영도자(김 위원장)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열혈 충신이 돼야 한다”며 내부 결속에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도 “북한의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후계 구도 등을 다룬) 외신을 보고 있지만 모두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미 당국에서 ‘만일의 사태’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의 신변 변화가 미칠 영향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수준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17년 이후 ICBM 등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이 완성에 근접할 정도로 고도화된 만큼 김 위원장의 장기 잠적은 북한 내 리더십 공백 시 핵 통제 이슈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김 위원장의 이전 잠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전략폭격기 B-1B 6대가 지난달 말부터 일주일간 일본 인근 등에 전개돼 작전을 수행했다. 이 폭격기는 지난달 23일에도 일본 인근에서 전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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