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탈세…잇단 악재에 巨與 “겸손, 겸손” 살얼음판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3일 07시 52분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직원 성추행 시인 후 자진사퇴
양정숙 당선인, 부동산 명의신탁 탈세 의혹에 제명
與 지도부 신속 제명, 복당 불가 등 엄정 신속 조치
옛 열린우리당 실패 반면교사 "승리에 취하다 낭패"
당내 기강 세우기 차원 분석…청탁금지법 교육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연이은 악재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내부 기강 세우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52.1%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지난달 23일 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직원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이 기자회견 당일 아침에서야 관련 정황을 인지했다고 선을 긋는 한편 성 비위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 제명 방침을 확정했다. 그리고 나흘 뒤 윤리심판원에서 오 전 시장을 ‘만장일치’로 제명했다.

신속한 제명에도 불구하고 보수 진영은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총선 전에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이 끝난 후에 사퇴한 배경에 정권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부산에서 ‘사퇴’ 공증을 받은 점 등이 의혹에 불을 지폈다.

민주당은 내년 4월에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여부에 관해 말을 아끼고 있으나 당헌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어 정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직자와 당선인 등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긴급교육을 진행하고, 성폭력 신고상담센터 상설화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성추행 사건이 반복되는 당이라는 오명을 당장 씻어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당선인의 세금 탈루 파문도 불거졌다. 민주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가 비례대표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으로 파견됐던 양정숙 당선인이 지난달 29일 더시민에서 제명됐다. 세금 탈루를 위한 명의신탁 의혹, 허위자료 제출 등이 문제가 됐다.

그는 이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약 9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지난 2016년 총선 때 신고했던 재산보다 43억원 증가한 규모인데, 증식 과정에서 부동산 명의신탁 등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지지층 일각에서는 상속받은 재산이 있었고, 변호사 수입 등으로 산 것인데 비판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더시민의 양 당선인에 대한 제명 결정, 그리고 법적 대응 방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당선인 신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복당 불가 방침도 세웠다. 이와 함께 “비례대표 후보 검증 과정이 미흡했던 점에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한다”고 고개 숙였다.

민주당과 더시민은 재산 축소신고 등 허위사실 유포에 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정당의 공직자 추천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과 선관위에 고발할 방침이다. 당선무효소송도 검토했으나 진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속한 진화 노력의 배경에는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17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서는 분열만 거듭하다 18대 총선에서 반토막이 났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특히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초선 당선인이 83명에 달한다는 점도 지도부의 걱정을 가중시킨다. 초반에 기강을 잡지 않으면 의욕이 지나쳐 자칫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진행된 초선 당선인 워크숍에서 17대 국회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돌아보면서 겸손함을 강조했다. 배포된 자료에는 열린우리당이 승리에 취해 겸손하지 못했고, 정돈되지 않은 목소리가 분출되면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180석 거대 여당의 초선 의원으로서 과거 실패를 반면교사 삼으라는 당부한 것이다.

불미스러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초선 당선인 워크숍에서는 의정활동에 대한 강연뿐만 아니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강연도 있었다. 한 당선인은 “강연에서 김영란법 위반 사례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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