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잠적한 지 11일 만에 경남 거제도의 한 펜션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0분경 경남 거제시 남부면 해금강 유람선 매표소 옆 4층 규모의 A 펜션에서 오 시장을 발견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펜션 로비 한쪽에 있는 소파에 누워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색 후드 티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오 전 시장은 인기척이 나자 곧바로 검은색 선 캡을 쓴 뒤 펜션 밖으로 나갔다. 취재진이 “시장님이 맞냐”고 묻자 오 전 시장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황급히 발길을 옮겼다. 이어 성추행, 수습 과정에서의 불법 청탁, 정무 라인 개입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질문을 하자 오 전 시장은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라며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경찰과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이 펜션은 오 전 시장과 친한 지인의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도 출신의 사업가인 이 지인은 경남 지역에 펜션을 여러 곳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이 사퇴 직후 거가대교 휴게소에서 모습을 드러낸 점을 감안할 때 이후 이 펜션에서 머무른 것으로 추정된다. 오 전 시장이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다가 이날 이 펜션에서 숨어 지내는 모습이 드러나자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시민은 “모든 의혹이 묻히기를 바라면서 숨어 지낸다면 큰 오산이다. 무책임하게 숨지만 말고 가해자이자 피의자인 오 전 시장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 5개 여성단체 총연대(부산여성단체협의회, 부산여성연대회의, 부산여성단체연합, NGO여성연합, 구군여성단체협의회)는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논의는 없이 정치 쟁점으로만 비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참담하다”며 “사건 발생 후 여성계가 피해자 보호와 2차 가해 차단, 근본적 성범죄 근절을 위한 성 평등 추진체계 마련 등을 요구했지만 시는 근본적인 대책마련보다 표피적인 수습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 시민단체는 잠적한 오 전 시장과 정무라인, 성폭력상담소 등에 대한 추가 고발장을 이날 오후 부산지방경찰청 민원실에 접수했다.
한편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수사하는 부산지방경찰청이 고소를 포함한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자 측은 오 전 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한 지난달 23일 이후 지금까지 경찰에 고소 여부를 알리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퇴 기자회견 당일 내사에 착수해 지난달 27일부터 본격적인 수사로 전환했지만, 가장 중요한 피해자 측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그동안 부산시청 직원 등 참고인 조사와 고발인 조사를 하고, 성추행이 벌어진 시장 집무실 구조를 파악하는 한편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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