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북한인권 백서’
“성경 소지했다는 이유로 처형
학교서 총살 동영상 보여주고 교화소선 시신에 돌 던지게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최근 몇 년간 마약 거래와 한국 드라마 시청·유포 행위와 관련해 북한에서 사형 집행이 증가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무총리실 산하 통일연구원은 11일 공개한 ‘북한인권백서 2020’에서 “마약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이 한국 녹화물을 시청·유포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북한 당국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서엔 2014년 함경북도 청진시 광장에서 한국 드라마 유포 및 마약 밀매 죄목으로 1명이 공개 총살됐고, 이 장면을 학교에서 동영상으로 돌려봤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실렸다. 또 2014년 양강도 혜산시 연봉동에서 남성 2명이 각각 한국 영화 유포 등으로 총살됐다고 백서는 밝혔다.
교화소 탈옥범에 대해서는 별다른 재판 절차 없이 사형도 이뤄졌다. 2016년 4월 함흥교화소에서 도주하다 붙잡힌 수감자가 재판 절차 없이 공개 총살됐는데, 교화소는 처형 장면을 보지 않으려는 수감자들에게 “출소일을 늦추겠다”고 위협하고 시신에다 돌을 던질 것을 강요했다. 종교 탄압도 여전했다. 2018년 평안남도 평성에서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2명이 공개 처형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백서에 실렸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의 ‘자비’를 강조하고 있다고 백서는 밝혔다. 2015년 2월 탈북 기도 혐의로 잡힌 여성이 보위부에서 5개월간 조사를 받았는데 “99% 죄가 있어도 1% 양심이 있으면 살려주는 것이 김정은의 방침”이라며 당국이 석방했다고 증언했다. 이번 백서는 탈북민 118명의 증언과 북한 문건 등을 분석했다. 통일연구원은 2018년부터 백서 발간에 따른 별도 공지 없이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고 있어 일각에선 북한을 의식한 조치라는 말도 나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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