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13일 북한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 총격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K-6 기관총의 공이(탄환 뇌관 격발장치) 파손 등 일부 미비점이 있었지만 전반적 대응 절차엔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전방 부대의 주요 화기가 핵심부품이 부서진 채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데다 군이 이번 사건을 ‘우발적 오발’로 속단하고 무리한 꿰맞추기로 의혹과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K-6 기관총 공이 파손 장기간 방치했나
군은 북한군의 GP 총격 직후 대대장(현장지휘관)이 K-6 기관총의 원격발사를 지시했지만 격발되지 않아 대응사격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탄환의 후미(뇌관)를 때려 격발시키는 K-6 기관총의 공이가 부서진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 이 때문에 GP 관측소 등에 피탄 확인 후 22분이 지나서야 K-3 기관총으로 첫 대응사격이 이뤄졌다. 군 관계자는 “매일 한 번씩 총기 노리쇠의 이상 유무를 현장에서 점검하지만 공이 파손 여부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며 “K-6 기관총의 기능 고장이 없었다면 10분 이내 (대응)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사시 장병 안위와 직결된 주요 화기의 핵심부품이 파손된 채 방치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소부터 정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언제든지 총탄이 날아들 수 있는 부대에 배치된 중화기가 고장난 사실조차 몰랐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전반적 대비태세가 이완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北 고사총 유효사거리 몰랐나, 숨겼나
군은 당초 남북 GP간 거리(1.5~1.9km)가 북한이 쏜 고사총(14.5mm 기관총)의 유효 사거리 밖이라는 점을 ‘우발적 오발’의 주요근거로 제시했다. ‘유효타격’을 줄 수 없는 지리 전술적 여건에서 북한이 의도적 총격을 가했을 개연성이 낮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군이 과거 K-6 기관총의 유효 사거리를 3km로 적시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사실 등이 공개되면서 북한을 의식해 유효사거리를 축소해 브리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13일 “대공화기인 고사총은 대공 유효사거리만 공식 인정되고 지상 유효사거리는 한미 공식 자료에도 없다”면서 “당시 합참 실무자가 대공 유효사거리를 혼돈해 설명하는 실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제출 자료도 실무자가 여러 책자 자료를 취합해 작성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공화기를 지상에서 수평으로 쏘면 사거리가 더 나갈 수밖에 없고, 고사총의 경우 수평 최대사거리가 8km에 달하는데다 북한군이 오래전부터 GP에 배치 운용한 사실을 잘 아는 군 실무자가 그런 착오를 했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애초부터 북한의 오발로 단정하고 근거를 꿰맞추는 과정에서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았거나 알고도 쉬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리 GP에 1~2m 탄착군 형성됐는데도 ‘우발적 오발’ 고수
군에 따르면 북한군이 쏜 고사총의 탄흔 4개는 아군 GP 관측실 좌우 벽면 1~2m 범위에서 모두 발견됐다. 총탄이 흩어지지 않고 한 곳에 집중되는 ‘탄착군’을 형성한 것. 표적을 겨냥한 조준사격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군은 우발적 오발이라는 판단을 고수했다. 합참 관계자는 “남북 GP의 주요화기는 항시 서로를 정조준한 상태로 운용된다”고 말했다. 근무 교대 과정에서 총기를 점검하다 방아쇠를 잘못 당기더라도 상대 GP의 주요부위에 총탄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군의 속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짙은 안개 등 나쁜 시계(視界)로 우리 군의 대북관측이 제한되는 틈을 노려 우발을 가장한 도발을 감행했을 개연성을 배제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군이 우발적 오발로 단정하고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모양새로 국민에게 비쳐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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