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된 본투표용지 갖고 나와 사전투표 조작 의혹 제기
주호영 "어떤 상황인지 모니터하고 문제 있으면 입장 낼 것"
김세연 "환상 보고 있다" 이준석 "지도부가 근거 없다 결론"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민경욱 의원이 제기한 사전투표 조작 의혹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미래통합당은 지지층 정서를 의식해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한 채 골머리만 앓고 있다.
민 의원이 부정투표의 증거로 제시한 비례대표 투표용지 6장은 이번 총선에서 투표하고 남은 잔여투표 용지라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사전투표 용지가 아니라 본투표 용지인 것으로 드러나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한 민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문제는 민 의원이 ‘세상을 뒤집을 만한 증거’라며 폭로한 투표용지가 보수 유튜브를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박순자, 김선동, 이언주, 박용찬, 차명진 등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통합당 후보들이 개표 결과에 불복해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하자 통합당에서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부 통합당 지지자들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전투표 조작 의혹에 관한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마냥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당 자유게시판은 “부정선거 의혹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역사의 죄인 될 것”, “부정선거를 침묵하는 위장우파들은 정계은퇴하라”, “부정선거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하는 미통당 대체 야당 맞나”, “미래통합당은 차라리 정당해산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등 항의성 글이 도배하고 있다.
당 지도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요구가 잇따르자, 당은 진화에 나섰다. 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총선 직후 부정투표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인천·경기 사전투표 득표율이 소수점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63% 대 통합당 36%’로 일치한다는 주장 ▲투표함 봉인지 서명이 바뀌었다는 주장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당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당무에 복귀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사전투표 조작설에 대한 당 공식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희들이 어떤 상황인지 모니터하고 있다”며 “챙겨보고 문제 있으면 입장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부정투표 의혹에 대해 “당은 지원하거나 동조할 생각이 없다”며 “저희는 한 달 전에 (부정선거 의혹을) 끊었다. 당 지도부에서 근거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선을 그었다.
김세연 통합당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관련해 “환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것이 현실에서 일어날 개연성을 확률로 따져보자면 거의 모든 사람이 다 공모를 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부정선거가) 현실에서 벌어졌다고 믿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민 의원의 폭로를 계기로 투표용지 부실 관리가 도마에 오르자 선관위가 사실상 민 의원의 의혹 제기에 ‘날개’를 달아준 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용지 분실이 발생한 지 한참 후에 사고를 인지할 만큼 선거 관리 부주의가 드러났지만 선관위는 투표용지 탈취 가능성을 제기하며 역공을 취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12일 ‘부정선거 근거에 대한 위원회 입장’ 보도자료를 내 “선관위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전반적인 선거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단편적인 면만을 부각하여 투·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여론을 선동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리 부주의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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