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물세례’ 없는 5·18…여야 지도부 광주 모여 “진실 규명”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정운천 최고위원 등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2020.5.18/뉴스1 © News1

여야 지도부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인 18일 광주를 방문해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했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야당 지도부의 기념식 참석에 항의하는 물세례 등 현장의 반발 없이 엄숙한 가운데서 기념식이 치러졌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이 몸을 낮추며 과거 5·18 관련 망언과 일탈에 대해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저녁까지 광주에 머무르며 5·18에 집중한다.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계엄군의 헬기 사격의 탄흔이 원형 보존된 전일빌딩 245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갖고,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전원과 함께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5·18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5·18 관련 왜곡처벌 등 관련법 처리를 강조할 계획이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5·18 왜곡, 폄훼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5·18민주유공자 예우법처리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며 “뒤늦었지만 시대착오적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5·18 역사 왜곡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유공자 명예회복 등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과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오월 정신’을 뒷받침하는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여야가 함께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전날 민주당 21대 국회 광주·전남 당선인 18인은 21대 국회 개원 즉시 5·18 관련법 개정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공동 발의할 5·18 관련법은 일명 ‘5·18 역사 바로세우기 8법’으로 Δ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역할과 권한 확대 Δ5·18 역사 왜곡 처벌 강화 Δ헌정질서 파괴사범 행위자에 대한 국립묘지 안장 금지 Δ민주화운동 유공자 명예회복 및 실질적 보상 등을 골자로 한다.

정의당 역시 심상정 대표 등 지도부가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으며, 오후 망월 공원묘지와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열린민주당은 5·18 기념식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대신 최강욱 대표 등 지도부가 이날 오전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찾아 참배했으며, 당 차원의 성명서를 내고 “2020년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처벌해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지도부도 이날 모두 광주를 찾는 등 호남 끌어안기에 나섰다. 그간 5·18 관련 망언으로 국민들 가슴에 생채기를 냈던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지도부는 지난해 5·18 공청회에서 나온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의 ‘5·18 망언’에 따른 5·18 폄훼 논란을 불식시키는 한편 태극기 부대, 극우 유튜버 등 극단적 보수 세력과 선을 긋는 모습이다.

통합당에서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5·18 민주광장에서 열리는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이후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놓고 당 일각에서 나온 5·18 망언에 대해 사죄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개인의 일탈이 마치 당 전체의 생각인 양 확대 재생산되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며 “다시 한번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도 염동열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호남 출신 당선인들과 함께 광주를 방문했다. 원 대표는 정부의 공식 추모 행사에는 초청을 받지 못해 개인 자격으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원 대표는 참배에 앞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래한국당은 광주 5·18 민주정신을 계승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당 차원에서 참여하려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오지 말라고 한다”고 정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기념식 하루 전날인 17일 유의동 의원, 김웅 당선인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유 의원도 통합당 일각에서 나온 5·18 망언에 대해 사죄했다.

유 의원은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왜곡·비하·폄하하는 일들이 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에서 있었다”며 “당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게 정말 아쉽다. 진심을 담아 사죄드리고 21대 국회를 시작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 17일 광주를 방문해 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주관으로 열린 5·18민중항쟁 제40주년 추모제에 참석했다. 안 대표는 앞서 담양에서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바친 고 조철현 비오 신부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안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헌법 개정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을 것을 제안한다”며 “여야 정치권이 흔쾌히 합의하고 국민께서 동의해 5·18이 헌법 전문에 담긴다면 5·18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