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냉힙스터들의 ‘면스플레인’…北서 평양냉면 먹는 법은?[송홍근 기자의 언박싱평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8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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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생 문연희 씨는 평양여자예요. 북한에서 서비스업 전문인을 양성하는 장철구평양상업대학을 졸업했는데요. 옥류관을 비롯한 국영 음식점에서 일하는 여성 대부분이 이 학교를 나왔습니다. 요리, 피복, 관광, 상업을 가르치는데 여학생에게 로망과도 같은 대학이라네요.

문 씨는 2015년 북한에서 한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지난해 서울에 평양냉면집을 냈습니다. 평양 고려호텔에서 ‘랭면’을 만들던 황해도 출신 어머니와 평양의 상대를 졸업한 딸이 한국으로 이주해 냉면 비즈니스를 시작한 겁니다. 현재 평양에서 만드는 방식으로 냉면을 낸다고 해요.

#평냉힙스터 #면스플레인 등의 해시태그가 유행할 만큼 평양냉면은 매니악이 많습니다. ‘행주 빤 물’ 같다면서 싫어하는 이가 있는 반면 전국 맛집을 순회하는 ‘평냉힙스터’도 등장했습니다. ‘면스프레인’은 평양냉면은 이렇게 먹어야 한다면서 꼰대처럼 가르치는 행동을 가리키는 신조어예요. “적어도 세 번은 먹어야 매력을 안다”는 둥 “겨자는 면에 쳐야 한다”는 둥 먹기도 전에 일장연설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파는 평양냉면과 오리지널은 맛이 똑같을까요. 연희 씨는 “서울냉면과 평양냉면은 서로 다른 냉면”이라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평양에서는 냉면을 ‘랭면’이라고 하는데요. 연희 씨는 “서울의 평양냉면은 평양의 평양냉면보다 밍밍하고 심심하다”면서 “맛집으로 알려졌는데 도저히 뭔 맛인지 알 수 없는 냉면을 내는 곳도 있다”고 말합니다.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때 나온 옥류관 냉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붉은색 양념장을 넣어 먹는 것을 보고 한국의 평양냉면 애호가들이 화들짝 놀랐잖아요. 평양에서는 양념장이 나와요. 빨간색 육수도 평양냉면입니다. 식초와 겨자만 넣는 사람, 양념장만 넣는 사람이 있습니다. 입맛대로 먹는 거예요. 반쯤 먹은 후 양념장을 넣어 다른 맛을 즐기기도 하고요.”

연희 씨 설명을 좀 더 들어볼까요.

“분단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북에서는 북의 방식대로, 남에서는 남의 방식으로 요리법이 진화한 거예요. 사람 입맛이라는 게 지역뿐 아니라 시대별로도 다르잖아요. 남과 북에서 제가끔 발전하면서 서로 다른 냉면이 된 겁니다. 한국 평양냉면은 북한 평양냉면과 비교해 고명이 매우 적어요. 서울에서는 면을 낼 때 밀가루를 많이 섞고요. 평양냉면과 서울냉면 중 어느 게 더 맛있느냐고 묻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냉면이 다르니 비교할 수 없는 거죠.”

북한에도 ‘면스플레인’이 있습니다. 김정일이 설파한 ‘냉면 먹는 법’인데요. 옥류관을 현지지도하면서 “식초는 면 위에 뿌리고, 겨자는 육수에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네요. 평양에서 지금은 이렇게 먹는 게 일종의 규칙이 됐습니다. 식초를 면 위에 뿌리면 식감이 탱글탱글해진다는 얘기도 있는데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가위로 면을 잘라 먹는 사람도 있는 건 남북이 같을까요. 연희 씨는 “평양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가위로 면을 자르는 건 아닌 거 같아요. 평양에서는 설날이나 생일, 결혼식 때 면을 꼭 먹어요. 면처럼 길게 오래 살라는 의미거든요. 이 같은 속설 때문인지 면을 잘라 먹는 풍습이 없어요. 가위를 왜 대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양 출신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에요.”

언박싱평양 17화 평양냉면 편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유튜브에서 언박싱평양을 검색하면 1화~16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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