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단 후보 등록 시작을 하루 남겨둔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에 모인 의장단 후보들이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후보들은 광주에 모인 동료 의원 및 당선인들과 만나 표심 얻기에 주력하는 한편, 당내 여론을 살피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국회의장단 선거에선 가장 많은 인원이 출마한 충청권 후보들간 교통정리가 변수로 떠오른데다 경선이 아닌 합의 추대가 바람직하다는 당내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국회의장단의 경우 선수(選手)와 지역 안배 등이 고려돼 온 관례가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몫인 국회의장을 두고 당내 최다선인 박병석 의원(6선·대전서구갑)과 경제통인 김진표 의원(5선·경기 수원무)이 경쟁 중이다. 두 의원은 21대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각각 손편지와 책 선물을 비롯해 각종 오·만찬과 당내 행사, 지역을 돌며 팽팽한 경쟁을 벌였다.
다만 최근 들어 당내 합의추대 여론이 형성되면서 각 후보들은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김진표 의원은 전날 오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 등록 마감까지) 아직 48시간이 남아있다”며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후보 등록 마감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경선에 나갈지 여부를 더 고민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평소 신중한 성격으로 유명한 김 의원은 당내 손꼽히는 ‘경제통’으로 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나라가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선제적으로 극복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당내 최다선이자 충청을 대표하는 박병석 의원은 전날 광주 공항에서도 의원들과 스킨십을 나누며 표심 얻기에 주력했다. 박 의원은 경쟁 상대인 김 의원과 함께 나란히 민주 묘지를 참배해 눈길을 끌었다.
여당 몫 부의장 후보로는 헌정사 최초 여성 부의장 도전을 선언한 김상희 의원(4선·경기 부천소사) 외에 이상민 의원(5선·대전유성을)과 변재일 의원(5선·충북 청주청원)이 출마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여당 몫 국회의장단 후보군에 충청권 의원이 몰리면서 박 의원과 함께 같은 대전에 지역구를 둔 이 의원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야당 몫 국회부의장으로 미래통합당 최다선인 정진석(5선·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이 경선 없이 추대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여당 몫 의장과 부의장 후보 모두 충청권 인사가 될 경우 ‘지역 안배’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안팎의 충청권 지역 쏠림 지적을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이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고 당 안팎의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변 의원도 같은 충청권이라 쉽사리 결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변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입장을 낼 예정으로 기다려달라”고 했다.
당에선 국회의장 후보 간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면서 합의 추대론도 제기됐다. 177석의 슈퍼 여당이 된 상황에서 여당 최다선 의원들끼리 과도한 자리다툼을 벌이는 모양새 자체가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박 의원이 김 의원을 만나 양보를 권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유포된 것도 과열된 경쟁의 단면으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박 의원과 김 의원이 21대 국회 전반기와 후반기를 나눠 의장을 맡는 방향으로 경선 없이 ‘합의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원내대표, 국회의장단 선거에 이어 오는 8월 당 대표 선거까지 연달아 치르면 총선 이후 4개월 내내 당내 자리를 위한 선거 국면만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셈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야 할 민생 과제들이 뒤로 밀리는 느낌을 줄 수 있어 걱정”이라며 “경쟁 과열로 집안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한쪽으로 추대하자는 의견이 중진들 사이에서는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등록 마감일까지 후보들간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내 여론이 합의추대 쪽으로 완전히 쏠리지 않는 한, 어느 후보가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장단 선출은 오는 25일이다. 앞서 19~20일 국회의장 당내 경선 후보에 등록하지 않거나 25일까지 후보 자격을 포기하면 ‘추대’ 형식으로 의장이 선출될 수 있다. 앞서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정세균·문희상 당시 민주당 의원이 의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고 후반기에는 문희상·박병석 의원이 경선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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