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앙군사위원회를 열고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언급했다는 보도가 있던 지난 주말에도 최소 5대의 미군 특수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을 펼쳤다.
북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호출신호(콜사인)를 처음부터 노출하거나 비행 중 변경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북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25일 콜사인(callsign:CANUK78) 등 항공기 추적 트위터 계정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23일 당일 한반도 상공에는 미 공군 주력 정찰기 가드레일(RC-12X) 3대가 동시에 전개됐다.
가드레일은 대북 신호정보(SIGINT·시긴트)를 전문적으로 수집·분석하는 감청 특화 정찰기다. 가드레일은 최근 들어 거의 매일 한반도 일대에서 포착돼왔지만 3대가 한날 전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가드레일은 최근 들어 거의 매일 한반도 상공에서 목격돼왔다. 그러나 3대가 동시에 작전을 펼친 것은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 처음 제기된 지난달 20일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3대 중 1대는 오산 기지에서 출격해 콜사인을 끈 채 서해안과 경기도 및 강원도 일대를 장시간 비행했다.
그러나 이후 군산 기지에서 뜬 2대는 콜사인을 키고 서해안과 대구 일대를 비행하다 1대가 비행 도중 갑자기 콜사인을 변경했다.
콜사인이 운항 중 상공에서 갑자기 바뀌는 것 역시 극히 이례적이다.
이 뿐만 아니다. 미 해군의 EP-3E 에리스 2 정찰기 1대도 거의 같은 시간 역시 인천 서해안 일대를 계속 맴돌았다.
EP-3E 정찰기는 지상 및 공중의 모든 신호정보를 포착해 분석하고, 미사일 발사 전후 나오는 전자신호와 핵실험 시 전자기 방사선 신호 등도 포착 가능하다.
가드레일은 이튿날인 24일에도 콜사인을 노출시킨 채 서해안과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사실상 의도적으로 식별 신호를 내보내면서 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대북 억지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가드레일 1대가 콜사인을 도중 변경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양욱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군용기의 콜사인 변경은 통상 작전 중 임무가 변경 된 경우인데 구체적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미군이 북한 관련 상황을 매우 긴박하게 봤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정찰기가 콜사인을 노출한 것 자체만으로도 사실상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핵 억제력 강화·국가무력 건설·군 조직 편성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개최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행태를 감안하면 23일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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