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논란에 거리 둔 靑…한일 외교문제 번질까 촉각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26일 1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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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잇단 회견에 증폭되는 윤미향 논란 당혹
위안부 운동 대의 해치며 외교 문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靑 "입장 없다" 거리 두기 지속…대응 자제 속 상황 주시
文정부, '피해자 우선' 해결 강조…논란 부담으로 다가올 듯
'의혹 규명' 우선이나 일각에선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작심 비판으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과 이사장으로 일했던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이 건에 대해 최대한 거리를 두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당선인 개인에 대한 논란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모든 대응을 당에 맡기고 있는 양상이다.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 간 갈등으로 시작된 이번 논란이 자칫 위안부 운동의 대의(大意)를 해치는 외교 문제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 할머니 기자회견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지난 19일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앞으로 할 국정과도 관계가 없어서이고 정리된 입장도 없다. 당에서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고만 했다.

청와대가 이번 논란에 대해 거리를 두려는 것은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 소명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윤 당선인에 대한 논란의 경우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2일 “회계 문제나 집행 내역이 불투명하거나 미비하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의혹 제기일 뿐이다. 결과가 나온 다음에 입장을 내고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부처가 점검 중이니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조금 지켜봐 달라”고 했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 국세청 등 윤 당선인 논란과 관계된 부처 및 기관들이 정의연 회계와 사업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정의연도 외부 기관을 통해 회계 감사를 받겠다고 밝힌 터라, 모든 의혹들에 대한 사실 규명이 소명돼야만 윤 당선인 거취에 대해 밝힐 수 있다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이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위안부 할머니와 시민단체 갈등 논란이 증폭되는 데 대해 곤혹스러움이 감지된다. 이 할머니의 폭로로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졌고, 피해자와 지원 단체의 내분이 30여년간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했던 위안부 운동에 대한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엇보다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주창해 온 문재인 정부였다는 점에서 피해자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로부터 촉발된 이번 논란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판결 등 한일 간 껄끄러운 과거사 문제와 미래 관계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 기조에 적잖은 균열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해결’이라는 문 대통령의 원칙에 정의연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직접적인 문제 제기가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사에서 “저는 이 문제가 한일 간의 외교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며 “양국 간의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게다가 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다면 고스란히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본 측이 이 할머니를 고리로 해 위안부 문제 국제 공론화 등과 같은 위안부 운동을 모두 부정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일본 지지통신이 18일 “일본 정부도 우선 ‘(한국) 국내 문제’로서 상황을 볼 입장”이라며 “하지만 (위안부 이슈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한 요인이기 때문에,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내부에서는 할머니가 주장하고 나선 ‘정의연 주최 수요집회 폐지’가 그간의 위안부 운동을 부정하는 취지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이 할머니의 요지는 결국 위안부 운동의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나온 활동의 순수성까지 해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전날 이뤄진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정의연 사태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예의 주시했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윤 당선인과 정의연에 대한 분노와 성토를 토해냈던 터라, 꼬일 대로 꼬인 갈등의 실타래가 언제 풀릴 수 있을지에 대한 갑갑함도 내부적으로 느껴진다.

여전히 청와대와 여당은 윤 당선인에 대한 의혹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윤 당선인 본인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한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상식적인 선에서 뭔가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고 해명할 부분이 있으면 해명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여권 고위관계자는 “윤 당선인 스스로 결정할 떄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윤 당선인에 대한 거취 결정이 한일 관계에 있어서 또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여전히 당 지도부는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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