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가운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를 초청해 상춘재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동은 오찬과 산책 등을 포함해 예정됐던 시간을 1시간여 넘겨 2시간 36분 동안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566일 만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는 (19대)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 동기였는데 합리적인 면을 많이 봤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 원내대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에서 활동했고, 주 원내대표는 국방위원장이었다. 문 대통령과 주 원내대표는 이처럼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시작했지만, 세부 각론에서는 팽팽한 논의를 이어갔다.
시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 극복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문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워서 즉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한 해 들어 추경을 세 번 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 (예산에) 어떤 게 필요하고, 재원 대책은 무엇인지 국민이 소상히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야당으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다. 국회에 자세히 보고하겠다”면서도 “어쨌든 (추경안 통과) 결정은 신속히 내려 달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확대 재정과 관련한 재정 건전성 우려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야당 시절) 국가 부채 비율이 40%를 넘어서면 어렵다고 주장했는데, 지금 3차 추경까지 하게 되면 국가 부채 비율이 46.5%를 넘어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분기를 지나 3분기 정도에는 빠르게 (경제성장률 추이가) ‘U’ 자로 가는 것인데, ‘U’ 자형이 아니더라도 아래가 좁은 ‘V’자에 가깝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탈(脫)원전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 주 원내대표는 “탈원전 방침을 재고해 달라”고 했다. 또 기업 활성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경제 살리기의 기본 방법은 기업이 투자 고용을 늘리는 것”이라며 “규제 완화, 반기업 정서 극복, (노동)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 한번 “할 수 있는 말씀이다”라면서도 “전기 비축률이 30%가 넘는 상황이라 추가 원전 건설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과 관련해서도 “(전체 매출 중) 원전 비중이 13%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 문제로 촉발된 위안부 문제도 화제였다. 주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며 “현 정권에서 (합의를) 무력화하고 아무 노력을 안 해 위헌 상태가 지속된다”며 “보상과 관련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 안 하는 과정에서 윤 당선자 같은 사태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문제 해결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며 “(당시) 일본도 합의문상에는 총리가 사과의 뜻을 밝히고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했는데, 돌아서니 (총리가) 설명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상생과 협치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현안이 있으면 현안을 얘기하고, 현안이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저희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야당을 진정한 국정 동반자로 생각하시면 적극 돕겠다”며 “‘좋은 판결이라도 나쁜 화해보다 나쁘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생 협치하면 정책 완성도와 집행도가 높아진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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