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시작 이틀 만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의원회관 출근
민주당은 계속 '선 사실확인 후 입장정리' 기조 유지
"검찰 수사 중이라 가타부타 얘기할 수 있는 상황 아니야"
당내서 "기자회견, 의혹 해소에 충분치 않아" 아쉬움도
옹호 의견도 여전…"언론, 윤미향에게 벌떼처럼 달려들어"
윤미향 의원이 21대 국회 개원 이틀 만인 1일 국회에 첫 ‘출근’을 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윤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여론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윤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사실확인이 우선’이라는 기조를 유지해 온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있었던 그의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여론이 반전되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윤 의원이 의혹 전반을 부인한 기자회견을 놓고 부정적 여론 해소에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주말새 자녀가 ‘김복동 장학금’으로 대학교 학비를 냈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9시께 자신의 의원실인 의원회관 530호로 출근했다. 지난달 30일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지 이틀 만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검은 정장 차림의 윤 의원은 마스크를 낀 채 목에 긴 스카프를 두르고 백팩을 매고 있었다. 다만 출근 후에는 줄곧 의원실에만 머무르고 있다. 의원실 방문도 굳게 잠그고 창문 블라인드도 내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블라인드 틈 사이로 보이는 윤 의원은 안경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보는 모습이었다. 윤 의원의 사무실에는 ‘응원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국회의원 취임 축하난이 들어가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내 요구대로 윤 의원이 직접 해명에 나섰고 검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본 뒤 당내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도부는 대부분 윤 의원 관련 논란에 침묵을 지켰다.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민주당 지도부는 윤 의원에 대한 질문에 “거기까지만 하자”(윤호중 사무총장), “전혀 얘기가 없었다. 그만 좀 관심 가지라”(박광온 최고위원) 등 말을 아꼈다.
이해찬 대표가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최근 여러가지 언론보도를 보면서 여러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 윤 의원 사태와 관련해 언론에 문제제기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우려 표명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윤 의원의 기자회견 후에도 ‘선(先) 사실확인 후(後) 입장정리’라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그가 사퇴 대신 정면돌파를 선택함에 따라 결국 사태의 향배는 검찰 손으로 넘어가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해명 내용이 뒤집히거나 추가 의혹이 드러날 경우 민주당에도 거센 후폭풍이 불어올 수 있어서다.
박범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 의원이) 늦게나마 적어도 의원 신분이 되기 전에 해명을 한 것은 꽤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보여지고 민주당으로서도 상당한 정도의 부담을 덜었다”면서도 “어찌됐든 지금은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서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를 논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로선 가타부타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윤 의원의 기자회견이 여론 반전에 충분치 못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윤 의원의 기자회견이 아쉽게도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에 충분치 않았다”며 “검찰 수사가 시작돼 근거자료를 공개하기 어려웠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개인 계좌로 받은 후원금 지출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신속한 검찰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반대로 윤 의원을 엄호하며 언론의 의혹 제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영길 의원은 페이스북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구출영상 뉴스를 공유하고 “윤 의원에게 벌떼처럼 달려드는, 정의기억연대의 30년에 걸친 모든 활동을 부정하려고 달려드는 보수언론들이 평소 위안부 문제에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갖고 취재해왔는지 돌이켜보면 뉴스영상을 보고 드는 일제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했다.
한편 일부 진보 진영에서 윤 의원과 정의연 논란을 촉발시킨 폭로 기자회견을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공격이 이뤄지자 이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가 도를 넘었다. 맹목적 비난과 혐오발언은 할머니의 메시지를 흐리고 소모적 편가르기만 낳는다”며 “이는 또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의 2차 가해행위는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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