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정부가 “1984년 중영공동성명의 내용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중영공동성명은 홍콩의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사실상 정부가 홍콩 사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보안법으로 촉발된 홍콩 내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홍콩은 우리에게 밀접한 인적·경제적 교류 관계를 갖고 있는 중요한 지역으로 일국양제와 홍콩의 번영과 발전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1984년 중영공동성명의 내용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중영공동성명을 언급하고 존중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인권과 자유질서 등 보편적 가치가 수호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이날 입장 표명이 전날 한미 정상 통화의 영향 때문은 아니라고도 했다.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에 앞서 체결한 중영공동성명의 핵심은 1997년 홍콩 반환시점으로부터 50년간 행정·사법·경제 자치권을 보장하는 ‘일국양제’로, 중국 정부가 반중(反中) 인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홍콩 보안법과 개념상 대비된다. 최근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은 홍콩 보안법 제정을 비판하면서 잇따라 중영공동성명의 정신 수호를 강조해왔다.
김 대변인은 이날 “중영공동성명은 1985년 유엔에 조약으로 등록됐다”며 국제사회 약속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미중 양쪽으로부터 공격받지 않을 방법을 고심한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