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최근 미국 군사 차원 운용상 어려움"
미국 국내법상 무급휴직 장기화시 자동 해고
무급휴직 재발방지대책 명문화 등 쟁점 남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의 생계를 볼모로 삼던 미국이 3일 돌연 한국인 직원 무급휴직 중단에 합의했다. 4000명에 이르는 한국인 직원이 장기간 빠지면서 군사대비태세가 약화되고 있던 점이 미국의 변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는 이날 “올해 말까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급여를 제공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했다”며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늦어도 오는 6월 중순까지는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중단하기로 한 미측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이로써 올 초부터 한미 양국과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을 괴롭혔던 대규모 무급휴직 사태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앞서 미 정부는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에게 줄 자금이 부족하다며 지난 4월1일 4000여명에 무급휴직을 통보했다. 이후 이들 4000여명은 미군기지에서 쫓겨났고, 급여를 받지 못한 채 생계 위협에 직면했다.
비난과 압박에도 무급휴직을 강행한 미국이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음에도 갑자기 무급휴직 중단에 합의한 것은 의외였다. ‘한국 정부가 직접 한국인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뒤 추후에 지급된 임금만큼을 방위비에서 빼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미국이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돌변한 것은 주한미군기지들의 군사대비태세 약화가 예상보다 더 심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위비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뉴시스에 “한국인 직원 임금 선지급을 제안한 이후 미측이 거부했고 의미 있는 후속 논의는 없었다”며 “최근에 미 군사 차원에서 운용상의 어려움이 자꾸 나오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그 어려움들이 미 국방부 채널로 전달돼 최근 일정 부분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급휴직 개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군기지 업무에 다방면으로 차질이 빚어졌다. 주한미군으로 전입하는 인원들이 속속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4일간 격리가 의무화되는 등 미군 순환배치에도 문제가 발생해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 같은 어려움을 자국에 거듭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그간 미 국방부와 백악관에 한국인 직원 무급휴직이 장기화되면 군사대비태세가 약화된다는 점을 계속 전달했다”며 “이것이 3월31일 마크 에스퍼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무급휴직이 장기화되면 미국법상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점 역시 이번 합의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법상 무급휴직은 30일까지만 가능하고 이후에는 일시 해고 조치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방위비 협상을 이유로 무급휴직이 길어지면 미군기지 운영에 참여하던 4000여명이 한꺼번에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미국은 대량 해고로 인해 주한미군기지 운영 차질이 영구화되는 사태만은 피하려 한 것으로 관측된다.
우여곡절 끝에 무급휴직 사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긴 했지만 암초는 남아있다.
당사자들은 한국인 직원들은 미 정부로부터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위비 협상 때마다 자신들이 볼모가 되는 것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이날 “정말 중요한 것은 다시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향후 타결 협상 시 이런 상황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명확한 내용이 협상 본문이나 이행약정서에 명문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한국인 직원 고용 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올 연말까지 한국인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액수를 놓고 한미 양국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미 정부는 “이번 합의로 한국은 주한미군 전체 한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2020년 말까지 2억 달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금액은 9000여명에 달하는 한국인 직원 전원에게 임금을 지급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임금 부족분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 정부가 다시금 분쟁을 벌일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미측과 이야기된 것은 우리가 먼저 주겠다는 원칙”이라며 “어떤 방식에 의해 얼마만큼 줄지는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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