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무급휴직 사태 일단락…방위비 협상 새 국면 맞나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3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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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부 "주한미군 韓근로자 인건비 지급 수용"
美 "가능한 빨리 공정한 합의…유연성 요구" 부담
정부선 "韓 요구 수용했다는 점에서 협상 모멘텀"
무급휴직 안전판 확보해 협상 장기화 우려 제기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미국이 11차 방위비 분담금특별협정(SMA)의 조속한 타결을 압박한 것은 부담이지만 한국의 제안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협상 진전을 위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모두 무급휴직 사태에 따른 부담을 덜은 만큼 향후 협상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국방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말까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급여를 제공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했다”며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늦어도 오는 6월 중순까지는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주한미군 전체 한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2020년 말까지 2억 달러(약 2432억원)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 협상단은 지난 2월 인건비 지급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교환각서 체결을 제안했다. 또 현재 우리 국방예산에 편성돼 있는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예산을 우선 집행하는 방안도 미국 측에 제의했다. 하지만 미국이 인건비 문제를 해결할 경우 본 협상 타결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가지 안에 모두 반대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주한미군은 지난 4월1일부터 한국인 근로자 4000여명에 대한 무급 휴직을 시행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마련하고, 8월20일부터 무급 휴직 중인 한국인 근로자명에게 고용보험법에 따른 구직급여 수준으로 월 평균 180만~198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협상 교착이 길어지면서 주한미군의 대비 태세는 물론 운영상 우려가 제기되자 한국의 제안을 전격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한국에 방위비 협상의 유연성을 요구하는 압박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한미는 지난해 9월부터 7차례에 걸쳐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협상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3월 말에는 지난해 분담금(1조389억원)보다 13% 가량 인상된 1조2000억원 규모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거부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협상이 불가능해지며 한미는 전화나 대사관을 통해 소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사실상 별다른 진전 없이 신경전만 거듭해오다 이번에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는 협상 장기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으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빨리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인건비 선타결 또는 선지급 방안을 선의로 미측에 제안했지만 거부했고, 지금은 다시 입장을 바꿔서 우리 선의에 호응했다는 것은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 역시 “한국의 제안 중에 하나를 수용했으므로 굉장히 긍정적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입장차가 잘 해결될 수 있는 모멘텀이 됐으면 한다. 협상단에서 기회를 만들어서 잘 풀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한국에 유연성을 요구하면서 증액 압박을 심화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미국은 당초 50억 달러에서 13억 달러까지 요구액을 낮춘 만큼 한국도 ‘유연성’을 발휘하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은 3월 말 제시했던 13% 인상안이 마지노선이라 입장이지만 미국은 50% 인상된 13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도 “SMA 협상이 가능한 한 빨리 공정한 합의에 이르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미국은 SMA 협상에 대한 한국의 접근 방식에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줬고, 한국도 그렇게 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한국 측 요구를 들어줬으니 한국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차원일 수 있다. 사실상 한국도 다른 제안을 고민해야 할 수 있다”며 “한편으로는 올해 말까지 주한미군 근로자들에게 월급을 지급할 수 있는 안전판이 마련돼 한미 모두 급할 게 없어진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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