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5일로 예고한 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2일 미래통합당을 배제한 채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범여권 공동명의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낸 민주당은 5일 본회의 개원 강행에 나설 태세다. 이에 맞서 통합당은 “민주당의 단독 본회의 개최는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앞세워 보이콧을 예고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3일 김영진―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에 이어 4일 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 간 협상에 나서기로 했지만 합의 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5일 국회 문을 열고 민주당 몫의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상희 부의장부터 선출한 뒤 상임위원회 구성 협상에 나서겠다는 속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3일 당 회의에서 “국회법에 따라 국회 문을 여는 것은 협상과 양보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다음 주에는 상임위 구성도 완료하고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와 각종 민생법안 심의에도 착수하겠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5일 국회 문이 활짝 열리면 법을 지키지 않는 정당이 아무리 아우성친다고 하더라도 일하는 국회를 위한 개혁의 발걸음은 잠시도 멈출 수 없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당내에 “협치와 상생은 우리가 지금 쓸 키워드가 아니다”라며 ‘일하는 국회’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18개 상임위원장 모두 표 대결에 부쳐 민주당이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통합당이 ‘독재’라는 카드로 맞서다 보니 집권 여당으로서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남은 개혁 과제 완수를 위해 법사위원장은 사수하되 예결위원장은 통합당에 양보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8일 18개 상임위원장을 한 번에 결정하지 않고 3, 4개씩 쪼개 선출해 통합당을 협상장으로 끌고 나온다는 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통합당도 의석 비율에 따라 18개 중 7개 상임위원장을 갖고 오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진 법사위 사수를 마지노선으로 정해둔 상태다. 범여권이 모든 상임위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 기준인 ‘위원 5분의 3’ 이상을 차지하게 된 상황에서 법안 게이트키퍼인 법사위만큼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것.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법사위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상임위원장을 몇 석 가져오든 무의미하다”고 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5일 본회의를 열고 8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표결에 나선다면 향후 상임위 활동을 보이콧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원내 지도부는 상임위별로 위원장, 위원 정수와 배분 등을 정하는 여야 협상에 불참하고, 의장이 국회법에 근거해 통합당 의원들을 각 상임위에 임의로 배분하더라도 의정활동에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은 21대 국회와 유사하게 여권이 압도적 과반을 차지했던 18대 국회의 선례를 주목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153석을 얻었고 총선 직후 무소속 당선자 등의 입당 및 복당으로 한나라당은 172석까지 불어났다.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쳤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에서 수차례 “협상 필요 없이 미국처럼 과반 의석을 가진 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다 맡아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99마리 양을 가진 부자 한나라당이 100마리를 채우기 위해 가난한 야당의 한 마리 양마저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은 여야의 극한 대립 끝에 임기 개시 88일 만에야 마무리됐고, 그 결과 법사위원장은 야당인 민주당, 예결위원장은 한나라당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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