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 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의 역할이 절박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일회성 복지사업이나 현금 지원이 대부분이고 민간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만한 근본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3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의 28조4000억 원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다. 1, 2차 추경까지 합하면 올 한 해 추경 규모는 59조2000억 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지원을 기다리는 수요와 요구가 너무 간절하다”며 “이번 추경을 동력 삼아 경제 위기 조기 극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 복지 확대나 현금 지원이 대부분인 3차 추경
이번 3차 추경에서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보충하는 11조4000억 원의 세입경정을 뺀 실제 지출 규모는 23조9000억 원이다. 이 중 약 39%인 9조4000억 원을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에 투자한다. 실업급여(구직급여) 확대에 3조4000억 원, 비대면·디지털 등 정부 지원 일자리 55만 개를 제공하는 데 3조6000억 원이 쓰인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확대에도 9000억 원을 추가 배정했다.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저소득층을 위해 527억 원을 들여 긴급복지지원금 지원을 늘리고 햇살론을 1100억 원 추가 공급하는 등 사회안전망 강화에 5000억 원을 지원한다.
경기 보강을 위해서는 11조3000억 원이 배정됐다. 우선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3조7000억 원이 쓰인다.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면 가격의 10%를 환급해 주는 예산이 3000억 원 늘었다. 의류건조기가 환급 대상에 추가됐다.
농수산물 20% 할인, 국내 숙박 3만∼4만 원 지원, 6000∼8000원짜리 공연·영화 쿠폰 등 8개 분야 소비쿠폰을 제공하는 예산도 1684억 원 포함됐다. 759억 원을 들여 코로나19로 어려운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문화관광자원도 늘리는 ‘예술뉴딜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약 8500명이 전국 공공시설에 벽화나 조각을 제작하는 사업이다.
반면 기업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예산은 430억 원에 그쳤다. 해외에서 복귀한 유턴기업에 주는 정부 보조금을 늘리는 데 200억 원, 해외의 첨단 기업이나 연구개발(R&D)센터를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주는 보조금에 30억 원이 책정됐다. 나머지 200억 원은 정부가 혁신제품을 시범 구매하는 데 쓰인다.
이 밖에 5조1000억 원이 향후 5년간 추진될 ‘한국판 뉴딜’에 쓰인다. 노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안전을 보강하는 데도 5525억 원을 책정했다.
○ “민간 일자리 창출할 사업 부족”
전문가들은 추경 규모 자체는 대체로 적절하다고 봤다. 다만 정부가 강조하는 대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들이 포함됐는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의 세부 내용들이 성장과 연결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계속해 온 실업급여나 긴급복지 등 복지에 가까운 일시 지출이 여전히 많다”며 “소비지원책도 반짝 반등을 일으키는 데 그칠 수밖에 없어 민간 일자리를 늘릴 기업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판 뉴딜의 초기 사업비가 추경에 반영돼야 했는지도 논란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방향성은 맞지만 중장기 과제들인데 당장 적자국채를 찍어 급하게 써야 하는 추경에 포함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