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기상악화로 미룬 해상 합동사격훈련 11일 실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5일 03시 00분


경북 울진 죽변해안서 비공개로… 北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할수도

군이 기상 악화로 미뤘던 대규모 해상 합동 사격훈련을 11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빌미로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경고한 상황에서 우리 군의 사격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이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은 11일 경북 울진군 죽변 해안에서 해상 합동 사격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다. 북한의 동해상 무력도발을 상정해 첨단 탐지수단으로 표적을 식별한 뒤 도발원점과 지원세력을 타격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한국판 강철비’로 불리는 천무 다연장로켓(MLRS)과 현존 최강의 공격헬기인 아파치헬기, 하푼 미사일과 해성(정밀유도무기), FA-50 전투기, 구축함, 해상초계기 등 육해공 주요 전력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합동 사격훈련은 매년 군사분계선(MDL)에서 30여 km 떨어진 강원 고성군 송지호 사격장에서 실시해왔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로 MDL 기준 40km 이내 지역의 포 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이 금지되면서 송지호 사격장은 사실상 폐쇄됐다. 이에 훈련 장소를 죽변으로 옮긴 것이다. 군 소식통은 “9·19 군사합의를 준수한 가운데 완벽한 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연례적 훈련”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9·19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할 여지를 일축한 것이다.

당초 군은 지난달 19일 훈련을 비공개로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자 훈련을 이틀 앞두고 높은 파고 등 기상이 악화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쉬쉬하며 훈련을 하려다가 여의치 않게 되자 미룬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훈련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최상의 훈련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상조건을 고려해 일정을 변경한 것일 뿐 ‘북한 눈치 보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과거 동일한 훈련을 홍보한 전례에 비춰 군이 이번엔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대북 관계를 고려한 청와대와 정부의 기조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라는 평이 많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기상악화#해상 합동 사격훈련#9·19 남북 군사합의#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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