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상임위원장 선출 법정 기한 마지막 날인 8일 상임위별 위원 정수를 조정하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10일까지 각 위원회의 정수를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통합당이 “그간 개원 때마다 상임위원장 선출 전 상임위별 위원 정수를 조정했던 관례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수용한 것이다. 이로써 21대 국회도 원 구성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지만 5일 범여권 단독 개원에 이어 이날 단독 원 구성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일단 피하게 됐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8일 오후 박 의장 주재로 만나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 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특위는 10일 오후 2시까지 상임위별 위원 정수를 확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특위는 민주당 6명, 통합당 4명, 비교섭단체 1명 등 11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맡고, 비교섭단체 위원은 박 의장이 추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이 예고했던 상임위원장 선출 건이 아닌 여야 합의로 특위를 구성하는 안건이 상정됐고, 재석 269명 중 찬성 263표, 기권 6표로 가결됐다. 본회의 직후 박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와 재차 회동을 갖고 “12일 오전까지 양당이 상임위 선임 명단을 재출해 달라. 12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10일 상임위별 정수가 확정되는 만큼 12일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치라고 주문한 것. 특위는 9일 오후 2시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이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오전에 상임위별 위원 배분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했고 오후에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후 4시 본회의를 2시간 반 앞두고 열린 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 의장과 민주당 김 원내대표가 통합당 주 원내대표의 특위 구성 제안을 수용하면서 파국을 피했다.
10일 본회의에서 특위가 정한 상임위별 정수가 확정되면 민주당은 이번 주 안에 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을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김 원내대표는 “야당의 제안이 시간 끌기를 위한 제안이 아니길 바란다”며 “신속한 원 구성과 함께 바로 일하는 국회로 돌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 취지에는 늦었지만 이번 주 안에 원 구성을 마치고 추경 처리 등 일하는 국회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특위 외의) 나머지 개원 절차는 추후 협의를 더 해나갈 것”이라며 온도차를 보였다.
협상 시한은 연장됐지만 대치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이날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양당 모두 “법제사법위원회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어 통합당은 현행 법사위를 체계 자구 심사권을 가진 법제특별위원회와 검찰 법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을 관할하는 사법위원회로 나누어 여야가 나눠 갖자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각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원장을 당연직으로 하고 여야 의원 50명으로 구성되는 법제특별위원회는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들 중 상충되는 체계를 바로잡고 반헌법적인 법률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미리 수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제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면 각 상임위가 통과시킨 법안을 다시 심사하는 사실상 상원이 될 것”이라며 즉각 선을 그었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법사위 분할은) 그동안 옥상옥, 권한 남용의 법사위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더욱 배치되는 일”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어서 전혀 협의가 진행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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