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반이 수개월 간 금융감독원을 감찰한 것을 두고 이런 저런 뒷말이 나오면서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공직기강 업무 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의 업무 특성상 공개적인 발표나 확인이 어렵다보니 이번 금감원 감찰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민정수석실 감찰반이 윤석헌 금감원장과 일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감찰을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중순이다.
계기는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 문제다. DLF 사태와 관련, 금감원이 지난 1월 말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현 우리금융그룹회장)과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고, 감찰반은 금감원의 제재 과정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찰이 진행되는 와중에 중징계을 받은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금감원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내는 등 세게 반발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는 경우 사퇴하는 것이 금융계 관행이라고 한다.
이런 사정이 겹치면서 혹시 윤석헌 금감원장을 겨냥한 민정수석실의 감찰이 금융권의 정치권 로비가 먹힌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 민병두·최운열 전 의원 등 후임 인사평까지 나돌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윤 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시중은행들에 대한 감독 문제와 관련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의심의 눈초리는 한층 짙어졌다. 이달 초엔 이 때문에 금감원장 교체설까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화투자증권 대표 출신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피감기관인 은행이 정치적 로비를 통해 감독원장을 흔들려고 한다면, 또는 거기에 정치권이 나서서 동조하는 것이라면 굉장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세간의 의혹을 전한 것이다.
주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윤 원장에 대한 세간의 이러한 의심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또는 윤 원장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더이상 이런 식의 흔들기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다가 다시 지난 4일 수개월 동안 미뤄졌던 금감원 부원장 인사가 나면서 부원장 4명 중 3명이 교체되는 일을 계기로 조금 다른 해석이 더해졌다. 윤 원장이 유임되면서 재신임을 받은 것으로 해석됐고, 곧이어 수개월에 걸친 DLF 사태 처리 과정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감찰도 ‘문제될 사안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사실이 전해졌다.
윤 원장도 부원장 인사 발표 날 “금융감독 혁신을 통한 금감원 신뢰 제고, 삼성바오로직스 회계분식 처리, 종합감사 부활, 특별사법경찰 도입, DLF 검사 제재, 라임 조사, 대내외 유관기관 협력관계 구축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참으로 많았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금융감독 업무에 소홀함이 없도록 적극 노력해나가겠다”고 업무에 관한 의지를 피력했다.
‘표적 감찰’ 의혹의 실체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감찰 결과는 윤 원장에게 힘이 실어준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감찰반이 이번 감찰을 통해 금감원 간부 2명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에 관해선 감찰반이 대통령비서실 직제(대통령령)가 정한 권한을 넘어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금감원에 대해 감찰반 감찰할 수 있는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원장과 감사 2명뿐이다.
이들은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의 고객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변경 건 등을 제때 처리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윤 원장을 재신임한 감찰 결과에도 불구하고 감찰 과정 전반을 통해 금융권에 대한 금감원의 장악력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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