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용병으로 이겨낼 수 없어" 김종인 겨냥
"김종인 개혁 추진에 의원들 반발 심리 드러난 것"
개혁 바람은 계속…"창조적 파괴와 과감한 혁신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탈보수 선언과 기본소득 의제 설정 등으로 숨가쁜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당 내에서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소위 야권의 ‘잠룡’으로 일컬어지던 거물급들 사이에서 특히 이런 기류가 포착된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특별강연에서 “진정한 대한민국 세계 속에 위기를 정면 돌파했던 보수의 유전자를 회복해서 그 이름으로 이겨내야 된다고 본다”며 “누구와 함께? 용병과 외국 감독에 의해서?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원 지사는 이날 현 상황을 축구에 비유하며 “자극제를 위해서 용병도 필요하다. 히딩크 필요하다. 하지만 패배의 아픔, 당이 어려울 때 전쟁통에 뿔뿔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어서 차선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한 우리 동지들의 엔트리를 가지고 이겨야 된다”고 자강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곧 김 위원장을 ‘용병’으로 표현한 것이며 그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외부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아야 하는 현실”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또 원 지사가 “대한민국 보수의 이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유전자”라고 강조한 지점도 김 위원장의 탈보수 선언에 반발하는 내용으로 읽힌다.
줄곧 김 위원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날을 세워온 장제원 의원이 개최한 이날 강연에는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과 권성동 의원을 포함, 50여명이 넘는 의원들이 참석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또한 이 자리에 참석했다.
4선인 홍문표 의원은 축사를 하며 “우리 통합당 의원총회보다 더 많은 의원님들이 오셨다”며 “다들 미래 혁신을 책임지실 분들인데 그 중에서도 눈에 띄게 대권을 위해 한 발 한 발 가고 계신 분들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원 지사의 이날 강연은 김 위원장과 대립하는 내용들을 부각시킨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높은 참여율과 강연에 대한 열광적 반응 등을 미루어봤을 때 갑작스런 개혁에 대해 의원들이 갖고 있던 반발 심리가 어느 정도 표출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짚었다. 한편으로는 보수야권의 ‘킹 메이커’ 역할을 선언한 김 위원장이 “당 내에 대권주자로 부각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해온 것 또한 중진 의원들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 고문 자격으로 참석한 홍준표 의원은 무소속이지만 지속적으로 복당 의사를 밝혀왔고 “대권은 마지막 꿈이며 2022년을 향한 출발을 위해 대구에 출마했다”고 말하며 대선에 나갈 의사를 명확히 한 바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의 기본소득제 주장 등도 꾸준히 반박해왔다.
원 지사 역시 보수야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만약 우리가 2년 뒤에 또 지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상상도 하기 싫다”며 간접적으로 대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불편한 목소리가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김 위원장은 개혁의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과거로만 회귀하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 당 비대위는 당원들과 함께 창조적 파괴와 과감한 혁신을 통해 우리 당을 진취적인 정당으로 만들어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비판 여론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소신을 강조했다는 평가다.
그는 또 “지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국민께선 미래에 대해 많이 불안해하고 계신다. 조만간 비대위 산하에 경제혁신위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거듭 말했다. 김 위원장의 경제혁신위에서는 기본소득 이슈가 직접적으로 다뤄지며 구체적인 방향을 잡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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