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기본소득 이슈 뛰어들자 우파 ‘경제성장’ 프레임 함몰 경계
기본소득 주장 이재명에 맞서 김부겸-박원순도 “고용보험 먼저”
“전국민 고용보험 기초 놓아야”… 文대통령, 국무회의서 확대 강조
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인 의원 중심 모임인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정치권 최대 화두인 기본소득제도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쏘아 올린 기본소득 논의에 대해 86세력 중심의 당내 최대 계파인 ‘더좋은미래’가 비판론을 내며 기본소득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최근 낸 ‘진보 진영의 복지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본소득은 증세만으로는 재정 실현 가능성이 낮고 기존 복지제도와 통폐합돼 실질적인 복지혜택을 오히려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며 “고용보험 및 실업부조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의원 전원이 가입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도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공개 비판이 나왔다. 더좋은미래 소속인 신동근 의원은 “여전히 선별복지와 사회투자가 답이다”라며 “최근 논의되는 국민취업제와 전국민고용보험제가 바로 사회투자의 확대 과정”이라고 했다.
진보 진영 안에선 기본소득이 전격 도입되고, 이에 따라 복지전달체계에 대한 대수술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 시민단체 등 진보 진영 중심으로 유지돼 온 ‘복지 헤게모니’에 부정적인 영향이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보수야당을 이끄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이슈를 꺼내들면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커진 상태다. 신 의원이 이날 글에서 이재명 지사를 두고 “빌 게이츠 등과 서구 우파들이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이유와 정확히 부합한다. 진보 좌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불평등 완화(해소) 대신에 경제 활성화(살리기), 경제 성장이라는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같은 당내 기류 속에서 이 지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대선 주자들도 기본소득 논의에 선을 그으며 이 지사에 대한 견제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본격적인 기본소득 논의에 앞서 고용보험 확대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라디오에서 재차 고용보험 도입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4대 보험이나 고용보험이라는 튼튼한 우산을 갖고 있지만 아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는 비를 쫄딱 맞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게도 우산을 씌워줄 전 사회적 보편적 고용안전망을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기본소득을 위한 막대한 재원도 집권여당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미래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 국민에게 월 30만∼50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주려면 186조∼309조 원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단지 소수계층에 대한 증세나 보편증세 확대만으로는 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고용안전망 구축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회안전망은 고용안전망 구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지금의 위기를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는 계기로 삼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수고용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 확대 등 취약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노력도 더욱 강화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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