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물고문 욕조에 얼굴 굳은 文대통령 “이곳 자체가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17시 12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직접 둘러봤다. 1987년 고 박종철 열사가 고문 끝에 숨진 곳으로 현직 대통령이 이 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의 안내로 509호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박 열사가 물고문을 당했던 욕조를 굳은 얼굴로 한참 응시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물고문 끝에 숨졌지만 당시 경찰은 이 사실을 숨겼다. 그러나 이틀 뒤 동아일보가 박 열사의 사인 등을 보도했고 이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 (조사실)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것”이라며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여러 가지를 무너뜨려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직접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꽃을 준비해 와 박 열사의 영정에 헌화했다. 이날 509호실 창문 밖에도 이날 기념식의 슬로건 ‘꽃이 피었다’를 형상화한 대형 붉은 장미가 매달렸다.

509호 방문에는 민갑룡 경찰청장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민 청장에게 “이 장소를 민주인권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주시고, 어제는 (고 이한열 열사 가족 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말씀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 청장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 곳을 역사 장소로 지정해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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