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6·10 기념사에서 화두…"평등한 경제 반드시 성취"
"위기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공식을 반드시 깨겠다"
'위기를 기회로', '일상 민주주의'…한국판 뉴딜 연장
내주 개원 연설서 구체화 전망…靑 "계기마다 반복"
문재인 대통령이 ‘평등 경제’를 새 화두로 제시하면서 개념 정립이 한창인 ‘한국판 뉴딜’에 어떤 식으로 담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책적 방향성으로 ‘지속가능한 평등한 경제’를 설정한 것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개념을 정립 중인 한국판 뉴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3주년을 계기로 제시했던 한국판 뉴딜의 개념 속에 ‘평등 경제’ 구상을 반영, 국정운영 기조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제33주년 6·10민주항쟁기념식 기념사에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또 “가정과 직장에서의 민주주의야말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라며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반복될 때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6·10민주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면서 제도적 민주주의를 달성했다면 향후 민주주의의 방향성은 가정과 직장, 더나아가 국민의 일상 속에서 효용 가치가 있는 실질적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 정부도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한 것도 실질적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경제 정책에 관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강조해온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사는 4·19혁명 60주년 기념사,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사를 통해 각각 제시했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보다 구체화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실질적 민주주의로 확장하는 것이 4·19 정신으로 규정했고 5·18 정신을 연대와 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풀어낸 바 있다.
4·19, 5·18, 6·10으로 이어지는 메시지는 곧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새 국가발전 전략 ‘한국판 뉴딜’을 이루는 기본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의 위기를 극복한 끝에 오늘날 민주주의를 이뤘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게 큰 구상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 있다”며 “우리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위기 극복에는 성공했지만 그때마다 소득 격차가 벌어졌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불평등을 키운다는 공식을 반드시 깨겠다. 오히려 위기를 불평등을 줄이는 기회로 삼겠다”며 “상생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위기 극복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판 뉴딜의 궁극적인 목표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 했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1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평등 경제’에 대해 “경제 민주주의의 코로나 버전”이라고 설명하며 평등 경제 달성 방법 중 하나로 한국판 뉴딜을 언급했다.
한국판 뉴딜 가운데 ‘디지털 뉴딜’은 국가 기반 시설의 디지털화를 통한 혁신 성장의 한 축을, ‘그린 뉴딜’이 녹색 인프라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 다른 한 축으로 하고 있다. 2개의 경제 성장 축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선도형 경제를 추진하되, 전국민 고용안정망 구축으로 대표되는 사회 정책을 병행·보완 하겠다는 게 한국판 뉴딜의 개념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6·10민주항쟁 기념사에서 밝힌 ‘지속가능한, 평등 경제’는 곧 한국판 뉴딜과 중심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판 뉴딜은 일상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책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한국판 뉴딜은 또 궁극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해 온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과 이를 보완·발전시킨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국가 발전 전략과도 뿌리를 같이 한다. 정부는 7월 중으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종합 계획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지난 3일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결국 다시 돌아보니 혁신적 포용국가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한편으론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포용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강 대변인도 “우리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포용 성장과 공정 경제의 연장선에 있는 말”이라며 “공정 경제와 포용 성장을 달성하고 나면 보다 평등한 경제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혁신적 포용국가’ 전략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공정 경제에 관한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이 공식화 한 ‘평등 경제’는 식어버린 공정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전날 다중대표소송제를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 전속고발권 페지를 담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공정 경제 3법’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문 대통령은 다음 주로 전망되는 국회 개원 연설을 통해 한국판 뉴딜과 일상 민주주의 추구에 관한 보다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속도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기존 ‘평화 경제’ 구상의 연장선상에서 다른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이 전날 기념사에서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며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어제 6·1 기념사에서 언급한 평등 경제는 또 하나의 중요한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평등 경제의 구체적인 구상은 향후 계기가 되는 대통령 메시지마다 어떤 식으로든 반복해서 녹아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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