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국민 대북비판 위축 우려 나와
통일부, 탈북민 지원예산 100억 삭감
청와대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 남북이 합의한 문서까지 꺼내 들며 대북전단 처벌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통일부가 2018년 판문점선언 합의에 위배된다며 대북전단 처벌 강행에 나서더니 청와대는 멀게는 48년 전 ‘7·4 남북공동성명 합의’까지 꺼낸 것. 청와대가 남북 당국 간 상호 비방 중단 합의 준수 및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조하면서 일반 국민의 자유로운 대북 비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NSC 회의 후 브리핑에서 “(대북)전단·물품 등 살포는 2018년 ‘판문점선언’뿐만 아니라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 공동발표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와 2004년 ‘6·4합의서’ 등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중지키로 한 행위”라고 했다.
김일성 때인 1972년 11월 4일 합의한 ‘7·4 성명 조절위 발표문’은 ‘쌍방은 서로 비방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한 남북 공동성명의 조항에 따라 대남·대북 방송, 상대방 지역에 대한 전단 살포를 중지한다’고 돼 있다. 1992년 9월 17일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는 ‘남북은 언론, 삐라 및 그 밖의 다른 수단, 방법을 통하여 상대방을 비방, 중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합의를 근거로 대북전단 처벌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판문점선언처럼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치지 않아 국내법적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은 담화나 선전매체를 통해 “서울 불바다” 등의 발언으로 우리 국민을 위협해 왔고,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도 멈추지 않은 만큼 관련 합의를 지키지 않았는데 청와대가 유독 우리 국민에게만 이를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이와 함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듣기 싫어하는 것을 막으려면 (헌법이 보장한)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을 다 막아야 한다”며 “(남북이 합의한) 비방, 중상은 당국 간 이뤄지는 것들이며 주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제거 조치에 대한 합의”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가 ‘코로나 3차 추경’ 과정에서 탈북민 지원 관련 예산 99억8700만 원을 삭감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삭감은 김여정 담화 전에 정해진 것이며 코로나 사태로 탈북민 입국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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