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2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을 비방하는 것조차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했는데,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조차 국민에게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과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비교하며 “노 대통령이 그립다”고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인 2007년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했다.
진 전 교수는 “180석 차지했다고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를 빼앗아 간 것. 바로 이게 노무현과 문재인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 특별히 잘한 것도, 그렇다고 특별히 못 한 것도 없다”며 “전직 두 대통령이 워낙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놔서, 심지어 평타(보통)만 쳐도 내 눈에 막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은 아직 할 생각도 없고, 할 준비도 안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왜 쓸데없이 확전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을 하길래 그냥 지나가면서 한마디 한 걸 가지고, 전·현직 청와대 참모들에 의원들까지 단체로 정색을 하고 덤벼드니, 도대체 이게 무슨 사태인지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남조선 대통령을 북조선 수령으로 착각들 하셨나. 아니면 혹시 이분들, 내 핑계로 충성경쟁 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최근 진 전 교수가 문 대통령을 향해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는 의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하자, 전·현직 청와대 참모진들이 일제히 반박하며 연일 언쟁이 이어졌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0일 “(문 대통령은)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고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해준 이벤트를 하는 의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이라며 “참모들에 의해 만들어진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자기가 보지 않은 사실을 상상하는 건 진중권 씨의 자유입니다만 그걸 확신하고 남 앞에서 떠들면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도 “어디서 누구에게 확인해서 저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 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거짓”이라고 응수했다.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역시 “참모들이 써 준 글을 스스로 고쳐 쓰시거나 아니면 직접 작성해 말씀하시는 것을 본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대체 진중권 씨는 무엇을 보고 누구에게 들은 것일까”라고 의아해했다.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11일 기형도 시인의 ‘빈집’을 차용한 ‘빈 꽃밭’이라는 시를 게재해 진 전 교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여러 명에게 집중 공격을 받은 진 전 교수는 “구름들이 달을 감싼다고 달이 더 밝아지느냐.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심하게 비판했어도 추석날 나한테 안동 소주 한 병에 멸치 한 봉지, 자필 서명 든 조그만 카드를 보냈다. 그게 정권의 격조이고, 그게 대통령의 품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친구는 참 잘 두셨는데, 참모는 좀 잘 못 두신 듯”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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