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선권 “트럼프에 치적 보따리 안줄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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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 담화
“손 계속 잡을 필요 있나” 날세워
美대선 전 대형도발 가능성 주목

다시 높아지는 한반도 긴장 수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을 맞은 12일 북한이 리선권 외무상 
담화에서 “미국의 장기적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9일 북한이 남북 통신 연락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가운데 군 장병이 북한으로 향하는 경기 파주 통일대교 앞에 쳐진
 바리케이드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파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다시 높아지는 한반도 긴장 수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을 맞은 12일 북한이 리선권 외무상 담화에서 “미국의 장기적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9일 북한이 남북 통신 연락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가운데 군 장병이 북한으로 향하는 경기 파주 통일대교 앞에 쳐진 바리케이드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파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군부 출신 강경파로 수차례 막말 파동을 일으켰던 리선권 북한 외무상(사진)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다시는 아무러한 대가도 없이 미국집권자에게 치적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로 남북관계 단절을 한 북한이 본격적으로 미국을 향해 싱가포르 합의 백지화와 전략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엄포를 놓으며 날을 세운 것이다.

리선권은 이날 내놓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 담화에서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노동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당 중앙군사위 제7기 4차 확대회의)”한다고 밝혀왔던 핵무력 증강 노력을 재확인한 것이다.

리선권은 ‘미사일 시험이 없으며 미군유골이 돌아왔다’, ‘억류됐던 인질들도 데려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백악관 주인이 때 없이 자랑거리로 뇌까려댄 말”이라며 “조-미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고 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관계가 유지된다고 하여 실지 조-미(북-미)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선권이 담화문을 낸 것은 올 1월 외무상에 임명된 지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과의 협상을 맡은 외무상이 첫 담화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해 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당분간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되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25일 ‘조국해방전쟁발발일(6·25전쟁)’ 70주년 또는 미 대선 직전인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전후해 미국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고 대형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한은 리선권의 담화를 노동신문에 싣지 않는 등 대화 여지는 남겨뒀다.

리선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던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리선권#트럼프#북미 비핵화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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