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라고 넘어가는 국회의원 특권
병가 등 규정 없어 ‘청가’ 내고 세비 전액 받아
국회에 존재하는 모든 관행이 원(院) 구성이나 법안 의결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국회의원 ‘특권’으로 굳어진 관행도 있다.
국회의원의 외유성 출장을 없애자는 제안은 매 국회마다 반복된다. 가장 최근에는 2018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현역 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대가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 끝에 사퇴한 뒤로 여야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외유성 출장 관행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기식 사태 이후 해외 출장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피감기관 돈으로 사실상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쳐다보는 눈이 많다 보니 보좌진을 한 명만 데리고 가거나 아예 혼자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며 “의원과 단둘이 해외 출장을 나갈 경우 부자지간 혹은 모녀지간인 척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국가공무원인 행정부 공무원과 달리 국회의원들은 국회법에 병가나 출산휴가 규정이 별도로 없다는 이유로 ‘청가(請暇)’로 대체하는 것도 관행 또는 특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 때 출산을 한 미래통합당 신보라 의원은 본회의 때마다 국회의장에게 청가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출산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공황장애 재발 사실을 알리며 의정활동을 잠시 중단하겠다고 밝힌 민주당 이탄희 의원 역시 국회사무처에 ‘병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국회법상 병가 규정이 없고 병가를 허용한 전례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가 공무원법에 따라 병가를 낼 경우 기본급의 70%만 받게 되지만 청가를 내면 세비를 전액 받게 된다. 월급을 받지 않으려 해도 그런 전례가 없다”며 “지병이나 출산 등으로 인한 의정활동 공백기에는 세비를 일정 부분 덜 받도록 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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