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화두를 던진 것은 야당인 미래통합당 이지만 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보편적 현금성 복지정책이다. 과거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제안하면서 화제가 됐고 인공지능(AI) 도입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소득 보장 정책으로 주목받게 됐다.
핀란드와 스위스, 영국, 네덜란드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이미 기본소득 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스위스에서는 지난 2016년 모든 성인과 아동에게 각각 300만원, 7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에 대한 국민 투표도 실시됐다. 결과적으로는 부결됐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 도입 논의는 시작 단계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처음으로 긴급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했다. 실제로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 정치권에서는 2차 재난지원금 목소리를 내는 등 반응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물질적 자유’를 언급, 기본소득을 공론화하면서 정치권에 불이 붙었다. 논쟁의 핵심은 재원 마련이다. 기본소득이 보편적 복지 개념을 담고 있는 만큼 도입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 지사는 단계적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되 추후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지급액을 늘려가자는 것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수요공급의 균형이 무너진 문제를 보완하는 경제정책으로 계속돼야 하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을 위한) 새로운 재원을 만들어야 한다면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게 중론이다. 당장 재원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기본소득이 자칫 기존 복지제도를 축소시킬 유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난이나 위기의 순간에는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먼저 그 고통이 오고, 더 깊게 온다”며 “이미 우산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는 또 다른 우산이 잉여가 될 수 있고, 또 우산이 없는 이들에게는 정말 절실하게 큰 도움”이라고 보편적 현금성 복지정책인 기본소득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도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서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며 전국민 고용보험제 등 사회안전망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만 언급했다.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 목소리도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해 “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실시하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본소득제가 실시되려면 세금이 파격적으로 인상되는 것을 국민이 수용해야 하고 지금의 복지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며 “현명한 스위스 국민이 왜 기본소득제를 국민 77%의 반대로 부결시켰는지 알아보고 주장하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 논의가 증세 문제로 이어지자 정부는 일찌감치 도입에 선을 긋고 나섰다.
청와대는 기본소득 도입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는 구체화 수준에서 논의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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