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 vs 小野 확연해진 힘의 차이 현실화
민주, 원 구성 후 공수처장 임명 속도 낼 듯
통합, 의석수 한계 딛고 與 법안 저지 총력
거여(巨與)·소야(小野)로 힘의 차이가 확연해진 ‘기울어진 국회’가 현실화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5일 본회의 전까지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교섭단체 합의 전에는 상임위를 구성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일방적으로 상임위를 구성할 공산이 크다. 야권에서는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공수처 후속법안, 3차 추경안 등의 쟁점 사안을 여당이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야권의 우려는 엄살이 아니다. 21대 국회에서 단 한석이라도 보유한 원내 정당 7개 가운데 야당은 미래통합당,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이 있지만 모두 합쳐 117석에 불과하다. 교섭단체(20석 이상)는 통합당이 유일하고 무소속 7석을 합쳐도 전체 의석수의 과반을 훨씬 넘는 176석의 ‘수퍼여당’을 상대하기에는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이념 성향별로 따지면 범여권 의석수가 190석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다.
21대 국회가 개원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큰 쟁점인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협상이 결렬되면서 여대야소 국회는 협치 대신 대치로 시작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법안들은 대체로 여야 간 이견이 큰 편이다. 만약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놓고 여야 간 입장이 극과 극이라는 점도 충돌국회를 예고한다. 정치권에서 원 구성은 전초전에 불과하고 다음 승부처는 공수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개혁의 정점에 있는 공수처법은 한 달 후인 7월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다만 그 전에 공수처장 등의 임명을 마무리지어야 예정대로 하반기에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공수처장 인사청문안의 조속한 처리를 직접 당부했던 만큼 여권에서는 3차 추경안과 더불어 공수처 후속법안 처리에 무게중심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후보추천위 가동을 시작으로 인사청문회 등 인선 절차에 속도전으로 나서 현 정권의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통합당은 공수처법에 따른 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을 최대한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공수처 출범 자체를 반대하지 않고 있지만 공수처장 임명권은 야당이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미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 정국’이 본격화 되기 전부터 “공수처장 추천권을 야당에게 넘겨줘야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이 인정될 것”, “공수처 1호 대상으로 대통령 측근” 등의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공수처장 임명은 공수처법에 따라, 국회가 설치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구조다. 만약 야당쪽 추천위원 2명이 반기를 들 경우 공수처장 추천이 중단되지만, 민주당이 ‘의원 꿔주기’로 범여권의 군소정당을 교섭단체로 내세워 맞불을 놓을 수도 있어 여야 간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3차 추경에 대해 6월 안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는 정부·여당에 통합당이 제동을 걸고 나설 수도 있다.
상반기에 추경안을 3차례 편성한 전례 자체가 없는데다, 추경 규모가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에 달해 통합당은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명분으로 핀셋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추경의 경우 매머드급 규모의 예산이 거의 전 상임위원회에 걸쳐있어 심사에만 대략 2주 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여당쪽 전망이지만, 원 구성이 늦어질수록 추경 심사가 지연되고 있어 빨라야 6월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밖에 정부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지 4시간 만에 공식화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가칭)’ 추진을 놓고 민주당이 밀어붙일 수도 있다.
여권에선 급속도로 냉각된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할 수단으로 보고 법 제정과 동시에 대북 지원을 검토해 ‘북한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통합당에선 의석수로 밀어붙이는 민주당을 막기는 역부족인 만큼 법 제정 반대 논리로 대북전단(삐라) 살포 금지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위배라는 점을 지적하고, ‘김여정 하명법’으로 명명해 여론전을 통한 법 저지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당의 한 3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여당이 밀어붙이면 우리 입장에서는 여론전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저항을 한다고 해도 의석수 차이가 많이 나고 어차피 물리적으로 몸으로 막는 건 할 수 없다는 점도 확인됐기 때문에 저쪽이 여론을 의식해서 멈추게끔 우리 당으로서는 여론전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론전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야당과 공조나 연대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야권연대 여부는 결국 원내 지도부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3선 의원은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여론전 외에 민주당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법안 중 문제가 있는 법안들은 여론전을 통해 우리 당의 목소리를 내고 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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