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하루 사이에 3차례 성명 "南과 결별할 때"
김여정 "다음 단계 행동은 軍" 군사행동 시사
정부 탈북자단체 고발 등 강경 조치에도 불신
대화 여지 차단한 채 압박 수위 갈수록 높여
"말폭탄이 아니라 행동 폭탄으로 전환 우려"
"미국과 중국 향해서도 각각 공조 요청해야"
"용기와 상상력 필요…중장기 극복 전략 구사"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불신을 드러내며 군사 행동을 통해 보복하겠다고 거듭 경고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확실한 결별’을 선언하면서 남북 관계 파국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14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현 상황을 점검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통일부과 국방부 역시 입장문을 내어 현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전하고, ‘9.19 남북 군사합의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비 태세 점검에 나섰다.
◇北 하루새 세 차례 성명…대남 공세 ’절정‘으로
북한은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하루 사이에 세 번의 성명을 발표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담화는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제1부부장 순으로 이어졌다.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12일 자정께 ’북남 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청와대의 대북 전단과 관련 엄정 대응 방침에 대해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속담이 그른데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남조선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통을 어어받은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부장은 전날 오후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남측을 맹비난했다. 외교부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정부는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와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반응으로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전날 밤 9시가 넘은 시각 담화를 발표하면서 대남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김 제1부부장은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우리는 곧 다음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적 사업 연관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머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다음 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군사 행동을 시사했다.
그간 북한은 담화를 통해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 왔지만 이제는 대화 여지를 전면 차단한 채 군사 도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북한 주민들에게 “연속적이고 철저한 보복이 실행되고 있다”며 대남 강경 대응 조치에 힘을 실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이 남북 합의에 대한 무효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남북간 연락 채널을 끊고 2단계 행동을 예고하는 등 실제 무효화로 갈 수 있는 행동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엄중한 상황”이라며 “말폭탄이 아니라 행동 폭탄으로 한반도가 다시 2017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새벽 긴급 NSC 소집…통일·국방부 “현 상황 엄중하게 인식”
대북전단 살포 문제 해결은 물론 남북 관계 파국을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 왔던 정부는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 제1부부장이 ’남북 관계 결별‘을 명확히 선언하고, ’협박 차원‘을 넘어 실제 군사 행동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행보다. 실제 김 제1부부장이 언급한 대로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무력 도발을 일으키며 9.19 군사 합의를 파기할 경우 남북 관계는 파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남 관계를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 데 이어 본격적인 대남 강경 정책을 통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질 경우 그간 남북 교류 협력의 성과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14일 새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현 한반도 상황 점검 및 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통일부도 오전 10시30분께 입장문을 내어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남과 북은 남북간 모든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김여정 담화 관련 통일부 입장‘을 내고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남과 북은 남북간 모든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무력 도발 우려에 따른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며 대비 태세 점검에 나섰다. 국방부는 이날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 및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대북전단 강경 조치에도 北 압박 강화 ’고심‘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관련해 여느 때보다 강경한 조치에 나섰지만 북한의 공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통일부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예고한 지 4시간 만에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대북 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차원에서였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 날인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가을 뻐꾸기 같은 소리”라고 평가절하하며, 첫 순서로 개성공업지구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철폐를 시사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 9일 낮 12시부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신연락선, 동·서해 통신연락선, 북남 통신시험연락선, 직통 통신연락선(핫라인)을 완전 차단 조치를 실행했다.
이에 정부는 다음 날인 10일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자 단체 2곳을 고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1일 서울경찰청에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대북 전단 및 페트(PET)병 살포 행위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초 통일부는 ’교류협력법‘에 근거해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 연락채널을 완전 차단하는 등 대북 전단을 고리로 남북 관계 악화 우려가 커지자 유권 해석을 통해 입장을 선회하면서 ’대북 저자세‘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NSC 상임위를 열고 대북 전단 및 물품 살포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대북 전단 살포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5조 금지행위) ▲항공안전법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 관련 조항 위반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양무진 교수는 “남북 관계 긴장 완화를 위해선 대북 전단 문제의 경우 북한의 요구가 아닌 우리의 필요성에 따라 조치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에는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촉구하고, 중국을 향해서는 한반도 긴장 고조가 동북아 평화 안정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남북 관계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미국 때문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탓하기 전에 남북관계와 제재 사이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용기와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남북관계 진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소간 한미관계의 불편함이나 남남갈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극복해 나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