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처먹고 지금까지 한일 없어”…北 옥류관 주방장도 비난 가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4일 17시 37분


평양 옥류관에서 봉사원들이 평양냉면을 서빙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옥류관에서 봉사원들이 평양냉면을 서빙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던 시기의 상징 음식으로 통하는 북한 옥류관 ‘평양냉면’의 주방장까지도 대남 비난에 가세했다.

13일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에 따르면 ‘옥류관 주방장 오수봉’은 이날 “(‘남조선 당국자들’이) 평양에 와서 우리의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한 일도 없는 주제에 오늘은 또 우리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남조선당국자들이 탈북자들의 이른바 ‘최고존엄 모독’을 막지 못하는 ‘망동짓’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으로 평양냉면을 먹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남쪽 당국자들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투고’ 형식으로 게재된 이 글에서 이 옥류관 주방장은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남쪽 당국자들이) 천벌을 받을 대역죄를 저지르고도 안하무인 격으로 놀아대고 있다”며 “나뿐 만이 아니라 옥류관의 모든 종업원들이 ‘독사는 열백번 허울을 벗어도 역시 독사’라며 치를 떨고 격노하고 있다”고도 적었다. “더러운 똥개무리들(탈북민 단체)과 그것들의 망나니짓을 묵인하며 한 짝이 되여 돌아친 자들을 몽땅 잡아다가 우리 주방의 구이로에 처넣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했다.

옥류관 평양냉면은 첨예한 남북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음식으로 여겨진다. 2018년 4월 27일 열린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옥류관 수석 요리사를 판문점으로 파견한 북한은 평양냉면을 만찬 메뉴로 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 편한 마음으로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같은 해 9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 오찬에서는 리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현 외무상)이 같은 테이블에 있던 재계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말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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