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예고한 21대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4일, 여야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를 앞세워 상임위원장 선출을 미룬 민주당 출신 박 의장(무소속)을 향해 “과단성 있는 국회 운영을 할 때”라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15일 원 구성을 위해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사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여당 몫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7개를 야당 몫으로 하는 잠정협상안이 미래통합당에서 최종 추인을 받지 못한 데에 대해 “어렵게 만든 합의안이 거부됐기 때문에 그 합의안이 유효한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끈다면 예결위원장 국토교통위원장 등 알짜 상임위원장 자리를 통합당에게 주기로 한 잠정 합의안을 무효화 할 수 있다는 압박.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표결처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엄포를 놨다.
김 원내대표는 박 의장을 향해서도 거듭 결단을 요구했다. 그는 “국민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절차도 지킬 만큼 지켰다”고 했다. 이어 “(의장이) 국민 보기에 좋은 모습으로 (21대 국회가)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어 가급적 여야가 합의를 했으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의장님 뜻까지 감안해서 저희가 합의안을 만들었던 것”이라며 충분히 명분을 쌓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과 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 등 범여 초선 의원 53명은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장의 결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합당이 국회 정상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앞장서서 국회를 정상 가동시킬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장께도 요청한다. 국민은 더 이상 본회의 연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박 의장에 대한 원내지도부 내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특히 이달 안에 3차 추경안을 처리하려면 시급히 국회가 가동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15일 통합당이 보이콧하더라도 법사위 외 추경 관련 상임위원장을 뽑겠다는 계획이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13일 서면브리핑에서 “(다음주 중) 35조 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심의하고 이미 400건 넘게 발의된 법안 심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15일 본회의에서 범여권이 법사위를 포함한 일부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할 경우 추경 심의 등 향후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합당 내에선 법사위를 가져오지 못할 바엔 모든 상임위를 다 내어줘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협치를 하지 않고 무조건 빨리 가려고 하면 결국 빨리도 멀리도 가지 못한다”고 했고, 최형두 원내대변인 역시 통화에서 “절대 협상 안 될 것”이라며 “법사위를 양보하고 다른 상임위 받아오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들께 18대 0으로 깨지면서 잔혹하게 짓밟히고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백번 낫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법사위를 사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15일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주말 사이 통합당 내 일부 다선 ‘협상파’ 의원들 사이에선 “다른 상임위라도 챙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3선의 장제원 의원은 전날에 이어 14일에도 페이스북에 법사위를 포기하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라도 (추가로) 가져오자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힘을 앞세운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며 “주먹밥마저 강탈당하는 어린아이 심정이지만 가장 영리하고 실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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