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2일 오전부터 13일 밤까지 약 39시간 동안 총 네 차례나 고위 당국자 명의의 대남 및 대미 비난 담화를 이례적으로 쏟아냈다.
담화를 통한 압박 릴레이의 포문은 북한에서도 ‘거친 입’으로 잘 알려진 리선권 외무상이 열었다. 그는 12일 오전 6시 20분경 이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2주년을 맞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북한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뒤이어 같은 날 오후 11시 49분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북남 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이번 (대북전단 살포) 사태를 통해 애써 가져보려 했던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 다음 날인 13일 오후 2시경,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한국 외교부를 특정해 겨냥한 담화를 발표하고 한국의 북-미 비핵화 협상 중재자 역할을 비난하며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13일 오후 9시경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궁금해할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군사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여정은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태도 없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했고, 개·보수에 우리 돈 100억 원이 투입되기도 한 연락사무소를 물리적으로 부수는 이벤트까지 시사하면서 남북 관계를 ‘결별’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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