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북 전단(삐라) 관련 구체적 조치인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완전 폐쇄’가 가시권에 들어온 모양새다. 실제 북한이 물리적인 철거에 나설 가능성도 15일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런 가능성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발표한 담화에서 언급된 내용 때문이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대북 전단 관련 첫 담화에서 연락사무소의 폐쇄를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비하면 13일 담화에서 언급된 내용은 북한이 관련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관건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이라는 발언 자체를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다.
김 제1부부장이 ‘대남 총괄’을 맡고 있다는 점,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으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인물임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은 단순한 위협으로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김 제1부부장의 두 번의 담화에서 관련 발언의 수위가 끌어올려졌다는 점도 북한이 ‘실제 행동’으로 연락사무소 폐쇄 및 철거 조치를 이행하게 될 가능성을 나오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제 철거에 나서는 일이 북한의 입장에서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연락사무소는 개성공단 내에 위치하고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상주해 온 연락사무소 건물은 과거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건물을 개·보수해 사용해 왔다.
때문에 공단 내에 건물을 철거하는 문제는 사실상 개성공단의 철거 문제와도 연계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폐쇄’ 선언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형태만 남아 있는 곳이다. 북한도 개성공단 내 시설은 건드리지 않고 유지를 해 왔는데, 이는 공단의 재개 문제 못지않게 우리 측 자산의 재산권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남측 시설 일부의 철거를 지시한 금강산 관광지구도 이와 같은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내 어떤 건물을 물리적으로 부순다는 것은 관련 사안을 남북 간 새로운 분쟁의 영역으로 ‘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고울 리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재산권 문제 등에 대한 분쟁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대적인 새 대남 전략 차원에서 실제 철거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난 4일 담화에서 언급된 개성공단 철거 수순의 첫 조치가 연락사무소의 철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북 전단으로 인한 체제 모독과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을 우리 측에 돌리며 이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명분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문제가 지난해 금강산 관광지구의 우리 측 시설 일부 철거 지시와 연계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동, 서해에 각각 방치된 대규모 시설이 골칫거리였을 것이라는 시각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관련 문제를 세게 걸고 들어 두 곳의 재개 혹은 철거를 결정하려 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가 전략과 물리적인 교류가 불가능해진 상황이 반영돼 개성·금강산 양동 전략에도 수정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의 두 번째 담화 이후 추가적인 동향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은 코로나19 국면 이후 개성에서 모두 철수해 서울과 평양에 위치한 연락사무소 분소 개념의 사무실을 가동해 왔다.
때문에 북한이 개성공단 내에서 물리적인 조치를 단행한다고 해도 빠르게 이를 파악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도 실제 건물까지 철거하는 수준의 조치를 취하기 전에 연락사무소 내에 모든 집기, 설비를 먼저 철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연락사무소 조직을 해체하는 등의 내부적 조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 같은 조치를 우리 측에 통보해 올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조치가 실제 단행된 것이 확인될 경우 정부도 개성공단에 제공했던 전기와 수도 등을 차단하는 대응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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