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 협박을 앞세워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동시에 높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의 강경한 대남 공세가 남한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움직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막상 미국이 대응할 카드가 없다시피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14일(현지 시간)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방침을 묻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북한의 담화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데 지속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군사적 도발시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에 나설 것임을 확인하는 발언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 북한이 전승기념일로 삼고 있는 7월27일 등 특정일에 미국을 상대로 무력시위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연락 창구로 사용해온 뉴욕채널은 현재 작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의 요청이나 연락에도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조차 단절된 상황에서 미국은 “도발을 자제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국무부나 국방부의 수사적 반응 외에 북한의 태도를 바꿀 전략적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실제 바라는 것은 제재 완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로 부과된 제재는 국제사회를 움직이지 않고는 풀기 어렵고 미국의 독자제재 또한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의회의 거센 반발을 무릅써가며 완화하는 게 쉽지 않다. 8월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또 다시 취소 혹은 연기하는 것도 ‘당근’으로 거론되지만, 이는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는 가역적인 카드라는 점에서 현재 북한을 설득할 카드로는 약하다. 식량 및 인도적 지원의 경우 미국이 이미 여러 차례 의향을 타진했는데도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안할 가능성도 낮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대가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마당에 실속 없는 회담을 섣불리 추진하기는 백악관으로서도 부담스럽다.
결국 미국은 연말까지 최대한 상황 관리에 주력하면서 북한의 거친 수사와 일부 도발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답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북한이 대선 앞두고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고강도 도발에는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북한의 도발은 앞으로 계속되더라도 지금까지 했던 대로 로우키 대응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일단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면 대화 과정에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며 “그러나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이 유연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를 전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