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5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배제하고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강행하면서 21대 국회가 임기 시작 보름 만에 파행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민주당이 17대 국회부터 야당이 맡아왔던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단독 선출하자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는 등 여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여야 최대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에 민주당 윤호중 의원을 선출하는 등 18개 중 6개 상임위원장에 대한 선출 투표를 강행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열고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지만 이 길이 국민과 국익을 위한 길이라면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법사위 기획재정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보건복지위 등 6개 상임위원장에 민주당 의원의 이름을 올리고 표결을 강행했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표결에는 민주당(176석)을 비롯한 정의당(6석) 열린민주당(3석) 등 범여권 187명이 참석해 98% 이상인 184~186명이 6개 상임위원장에 각각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표결은 상임위원을 배정한 후 상임위원장을 표결하도록 한 국회법에 따라 박 의장이 직권으로 해당 6개 상임위에 통합당 몫 위원을 강제 배정한 채 이뤄졌다. 통합당은 “1948년 제헌국회 출범 이후 유례없는 폭거”라며 “30년 협치 전통을 짓밟고 헌정사에 영원히 오점을 남길 의회독재 선전포고”라고 반발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 뒤 본회의에 불참했다. 주 원내대표는 홀로 본회의장에 들어가 의사진행발언에서 “상임위원장 18개를 다 내놓겠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2년 동안 한국정치를 황폐화하는 첫 출발이 될 것”이라고 항의한 뒤 퇴장했다.
주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본회의 표결 직후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제1야당이 맡아왔던 법사위를 못 지켜내고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걸 못 막아낸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고 했다. 통합당은 이어질 원구성 협상과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 등 향후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