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축사를 녹화하는 과정에 북한이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통에, 청와대가 녹화를 다시 하느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넥타이를 두 번 빌린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6분 40초 분량의 기념 축사 영상을 냈다. 이 영상에서 문 대통령은 푸른빛이 도는 김 전 대통령의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왔다.
이 넥타이는 2000년 6월 14일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를 때 착용했던 넥타이다.
청와대는 “6·15 남북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담겼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 넥타이를 착용하게 된 사연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와대 측하고 6·15에 의미 있는 것을 좀 하자고 협의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저희도 그 넥타이가 지금까지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2000년도에 쓰셨던 넥타이들이 따로 옷장에 잘 보관돼 돼 있더라”며 “그때는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넥타이였는데 지금은 좀 색깔이 바래기는 했더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지난주에 (문 대통령에게) 드려서 녹화했는데 또 북쪽에서 계속 말 폭탄을 던지는 바람에 메시지 일부를 조금 변경할 필요가 생겨서 돌려받았다가 또다시또 다시 드려서 재촬영을 한 거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메시지가 한 번 수정 된 거냐?’는 사회자의 확인 질문에 “그렇다. 일요일(수정됐다)”고 답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13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며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경 예고했다. “다음번 대적 행동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군사도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런 강경 메시지가 나오자 청와대가 6·15 선언 20주년 축사를 수정하면서 소품으로 동원한 김 전 대통령의 넥타이도 두 번 맸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런 북한의 태도에 대해 “6·15 20주년에 꼭 그렇게 험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나 하는 야속한 생각도 든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는 그래도 조금 ‘민족’이니 ‘의리’니 이런 감상적-낭만적인 개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냉정하다”면서 “당장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뭉쳐 있기 때문에 뭐 그런 점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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