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제재완화 설득 못한 文정부에 분노… 김여정, 첫 언급부터 폭파까지 위상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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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對美 협상력 높이려 강행 관측도… 박지원 “금강산서도 상징적 일 예측”

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멀지 않아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 등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가 1차적으로는 북한의 대남 불만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남한 정부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대남 관계가 대적 관계로 전환됐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중재자로서 미국을 설득해 제재 완화도 얻어내지 못하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도 전혀 진척이 없자 불만과 불신,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협상 장기전을 내다본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11월 미국 대선이 지나고 협상이 빨라봐야 6개월 이후일 텐데 북한 입장에선 남북관계가 좋은 상황이라면 제재를 풀기 위한 협상력을 올리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는 김여정의 북한 내 위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연락사무소 조치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인물도, 폭파를 공개적으로 지시한 인물도 김여정이기 때문이다.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했던 4일 담화에서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페쇄(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단단히 각오해둬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날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첫 순서로 남북연락사무소부터 철폐할 것”이라고 이어받았고, 9일 남북통신선 차단을 결정한 뒤 김여정은 13일 두 번째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철거를 공식화했다.

연락사무소 폭파를 시작으로 북한이 언급했던 향후 조치들도 조만간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서 “불안한 예측이지만, 북한이 금강산에서도 상징적인 일을 하리라 예측한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북한 노동당#김여정#대남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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