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북한 총참모부가 16일 노동신문 공개보도를 통해 군사행동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향후 북한의 본격적인 대남 도발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되고 있다. 연락사무소 폭파로 사실상 판문점 선언을 파기한 데 이어 적대행위 중단을 약속했던 9·19 군사합의도 파기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동시다발적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군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총참모부가 예고한 ‘대남 액션플랜’은 ‘비무장화’ 지대 전력화와 주민들을 동원한 대적삐라(대남전단) 살포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대남 위협이 구체화된 만큼 총참모부가 경고한 도발 시나리오가 가동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개성 일대에 병력 재배치 나설 듯
군에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개성 일대에 병력을 재배치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유사시 최단거리 남침 통로로 여겨온 개성은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30여 km 떨어진 군사적 요충지. 2016년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키자 북한이 병력들과 240mm 방사포 등을 배치한 전례도 있다. 이 때문에 2003년 개성공단 착공 이전까지 주둔했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의 전진배치가 현실화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앞서 개성공단이 조성되자 이 부대들은 16km 후방 송악산과 개풍 지역으로 이전했다.
개성공단 착공 전까지 6사단은 북한군 주력 전차인 시속 50∼60km의 ‘천마호’ 전차와 장갑차 대대를 보유해왔다. 6사단은 6·25전쟁 당시 전차를 앞세워 개성과 옹진 일대를 점령하고 영등포까지 전개한 부대다. 사거리가 50여 km에 이르는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를 보유한 62포병여단도 개성에 재배치된다면 수도권도 타격 가능 범위에 포함되게 된다. 군 관계자는 “서울에서 가까운 개성 일대의 재요새화를 통해 대남 군사압박을 고조시키고 이곳을 도발 거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금강산 관광지구 일대의 재무장화도 거론된다. 2003년 이후 폐쇄된 금강산 관광지구 인근 장전항 부두의 유고급(70t) 잠수정 기지가 다시 가동되는 시나리오다. 이어 남측이 만든 관광객 숙박시설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유사하게 폭파한 뒤 이곳에 주둔해있던 전차와 방사포 부대를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전차부대는 동해선을 따라 기습 이동이 가능해 서부전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 군 동부전선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 동시다발적 ‘직접 타격’ 시나리오도
무엇보다 군은 남북 접경지역에서 인명 피해를 노린 도발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 만큼 북한은 2018년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군 감시초소(GP) 11곳을 복원하는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GP 내 화기 증강 배치와 함께 지난달 북한군의 GP 총격사건과 유사한 도발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게 된다. 군 관계자는 “우연을 가장한 도발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지뢰 등을 추가로 매설할 위험성도 제기되는데 이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처럼 우리 군 경계 병력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도 이 같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취약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꽃게잡이 철을 맞은 이곳에선 최근 북한 어선과 우리 군 단속정의 활동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사 전문가는 “어선을 가장해 우리 군 함정을 타격하는 전술을 펼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창린도 해안포 사격처럼 해주와 장산곶, 옹진반도, 강령반도 일대 해안포 1000여 문을 다시 개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군사적 도발행위를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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