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접경지역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 있어
트럼프, 독일 외 타국도 방위비 적게 부담 언급
남북한 간 긴장을 방위비 인상에 활용할 수도
북한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위협을 가하는 가운데 남북 접경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한미 동맹의 한 축인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7일 금강산 관광 특구와 개성공단에 병력을 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켰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에 다시 병력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총참모부는 아울러 서해 쪽 해안포를 재가동하는 등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로 안정을 되찾았던 남북 접경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당장 군 당국은 우발적인 충돌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날에 한해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에서 진행 중인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을 중단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 접경지역에서 긴장이 조성되는 모양새다.
이처럼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 주한미군은 때 아닌 감축설에 휘말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가 11일(현지시간) 주한미군 감축설을 꺼내더니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15일(현지시간) 독일이 군사비 부담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방위비 문제가 독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을 꺼내들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남북관계 악화는 물론 최근 동북아 정세를 감안했을 때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격화하는 데다 북한의 대남·대미 압박이 강화되면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는데 주한미군 감축을 강행할 경우 이는 전 세계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동맹국이 안보상 위기에 빠져 있는데도 미군이 감축을 강행하면, 동맹국들은 미국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
게다가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을 현행 2만8500명 이하로 줄이는 데 예산을 편성치 못하도록 국방수권법에 명시하고 있어 실제로 감축을 강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감축설을 계속 흘리는 것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자신의 공약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경찰 역할을 거부하면서 동맹국들로부터 해외 주둔 미군 관련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내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방침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이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대북전단발 남북갈등마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이다.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이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방위비 인상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이날 뉴시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해외 주둔에 부정적이다. 미국에 사활적 위협이 있을 때만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우선순위는 방위비라는 게 명백한 원칙”이라며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 원칙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맹국이 방위비를 제공하지 않으면 미군 주둔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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