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위기]김연철 통일부장관 사의 표명
김두관 “통일부 완전히 개조해야”… 여권서 외교-안보라인 책임론 대두
정의용 실장-서훈 원장 작년부터 사의설
통일부, 당분간 차관 대행체제… 장관으로 임종석-우상호 등 거론
최고조로 치닫는 남북 긴장 국면의 불똥이 외교·안보 라인 개편으로 옮겨 붙고 있다. 여권에서조차 “외교·안보 라인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쇄신론이 터져 나왔고, 결국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제 정치권과 외교가의 관심은 대북 라인 투톱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경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남북 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한반도 평화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에 끝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직후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취임했다.
김 장관의 사퇴는 여권 내부의 기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6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으면 정 실장과 김 장관은 책임지고 먼저 사표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이날 김 장관의 사의 표명 전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통일부도 완전히 개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외교·안보 라인 개편 목소리가 커지는 첫 번째 이유는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도록 외교·안보 라인은 뭘 했느냐”는 책임론이다. 북한이 대남 공세의 빌미로 삼았던 대북전단(삐라)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외교·안보 라인이 신경 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계기로 냉각기를 갖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장관도 사의 표명 뒤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사퇴를 두고 “청와대가 대남 강경 공세를 주도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치적을 하나 더 달아준 셈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당분간 김 장관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고 서호 통일부 차관 대행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통일부 장관 후보로는 2018년 남북 대화 국면의 핵심이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지난해 3월 개각 당시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민주당 우상호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한편 대북 라인의 투톱인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해 와 지난해부터 계속 사의설이 불거진 바 있다. 올해 74세인 정 실장은 4·15총선 전부터 “이제는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여당에선 서 원장에 대한 책임론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던 것”이라며 “국정원이 (청와대에) 희망 섞인 보고를 한 건지, 나쁘게 말하면 기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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