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총참모부가 17일 시범 철수한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의 복구와 서해상 군사훈련 재개를 선언함으로써 9·19 남북군사합의가 1년 9개월 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전날(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한 지 하루 만에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의 주요 성과로 삼은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마저 무효화하는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 ‘1호 전투 근무체계’ 발령하고 전투모·착검까지
북한은 조만간 9·19 군사합의로 시범 철거한 GP를 복구하고, 화기·병력을 재배치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경고 담화 사흘 만에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점에 비춰 볼 때 GP 재무장화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배치된 해안포의 포구 개방 및 사격훈련도 예상되는 수순이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서남해상 전선을 비롯한 모든 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전투준비태세)를 증강하고,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
특히 북한군이 모든 전선의 경계근무급수(경계태세)를 ‘1호 전투근무 체계’로 격상시킨다고 밝힌 것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1호 전투근무 체계’는 북한이 2013년 3차 핵실험 직후 핵전쟁 불사와 정전협정 백지화 등 대남·대미 총공세를 하면서 북한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하달한 ‘1호 전투 근무태세’와 같은 개념으로 파악된다.
군 당국자는 “7년 만에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최전선의 긴장 고조를 노린 ‘물리적 조치’를 강행하겠다는 저의”라고 말했다. 2, 3일 전부터 최전방 지역의 북한군 일부 부대에서 철모를 착용하고, 소총에 착검을 하는 동향이 군에 포착된 것도 도발 징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투모와 착검을 하지 않는 평상시 근무 태세와 비교해 북한이 모종의 도발을 앞두고 전방부대에 준전시태세를 하달했을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선 ‘포사격 전문가’인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 주도로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NLL 인근에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언급한 ‘서울 불바다’를 시현하는 역대급 포격훈련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 美 B-52 폭격기 동해상 전개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 위협을 ‘행동’으로 옮길 경우 우리 군도 ‘맞대응’이 불가피하다. 우선적으로 육상 완충구역(MDL 기준 남북 5km)에서 포병사격 및 기동훈련과 MDL 인근 공중 완충 구역 내 무인기 정찰을 재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북한이 서해 NLL과 서북도서를 위협하는 포격도발을 하면 백령도 등 서북도서의 해병대에 배치된 K-9 자주포와 천무 등이 상응하는 무력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한기 합참의장(대장)이 전날(16일) 주관한 전군 주요 작전지휘관 화상회의에선 북한의 육해공 도발 시나리오 20여 개와 군별·제대별 대응태세를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응 움직임도 감지됐다. 군에 따르면 17일 오후 미 공군의 B-52 전략폭격기 2대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거쳐 한반도와 가까운 일본 열도 동해상에 전개됐다. 이들 전폭기는 해당 지역에서 임무 수행 후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로 복귀한 걸로 알려졌다. B-52 폭격기가 한반도 주변에 전개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북한군이 9·19 합의 파기 등 대남 위협을 가한 시점에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 핵전략자산이 한반도 주변에 전개된 것은 선을 넘지 말라는 대북 경고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북한군 총참모부가 이날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연대급 부대와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공단 조성과 금강산관광 사업 과정에서 후방으로 물렸던 사단과 기갑·포병여단의 재배치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전차와 장갑차를 비롯해 최소 수십 문의 방사포와 자주포를 개성공단에 전진 배치해 불과 50여 km 떨어진 서울을 언제든 초토화할 수 있다는 위협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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