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말폭탄을 쏟아내는 북한이 급기야 대남 도발의 상징적 표현인 ‘서울 불바다’까지 꺼내 들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논평을 내고 “남조선 통일부가 깊은 유감과 강력한 항의이니, 판문점선언의 위반이고 합의서의 일방적 파기이니, 응분의 책임이니 하는 등에 닿지도 않는 잡소리들을 쏟아내었다”며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하여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져 가던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 있겠다”고 했다. 전날 통일부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서울 불바다’ 발언은 1994년 3월 19일 김영삼 정부 때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앞두고 열린 남북 실무대표 회담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북측 대표로 나온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은 남측 실무회담 대표인 송영대 통일원 차관에게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송 선생도 아마 살아나기 어려울 게요”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남북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마다 북한은 ‘불바다’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온 건 세 번째다. 북한 6차 핵실험 한 달 전인 2017년 8월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군사 도발을 시사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이에 북한이 두 차례 ‘서울 불바다’ 발언을 꺼냈었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꺼낸 후 실제 대남 도발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다만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3월 27일 한미연합군이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했을 당시 조선중앙통신이 “박근혜 역적패당의 본거지인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논평을 냈고, 북한이 이틀 뒤 강원 원산에서 300mm 방사포 추정 발사체 한 발을 발사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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